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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6년 6월 농사소식
작성자 khj98
작성일자 2026-06-17

어느덧 논에 모가 가득 찼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수업생들이 도와준 덕분에 올해도 갓골 논에 모내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뜬모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사 모내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듭니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튼튼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을이면 누렇게 익어 밥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바로 연상되지는 않습니다만, 하루하루 날씨에 맞게 철에 맞게 할 일들을 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그 시기가 되겠지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에 들었습니다. 아직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지만 한낮에는 밖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뜨겁습니다. 새벽에 일하고 한낮에는 쉬고, 다시 오후 느지막이 일을 하는 일상이 여름이 다 갈 때까지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물이 가득 들어찬 논의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그 뒤에는 매일같이 어디가 새진 않나 확인하는 발걸음이 있습니다. 갓골 논에는 웅어와 두더지가 많이도 삽니다. 저녁에 다 차 있던 걸 확인한 논이 다음날 아침이면 높은 부분의 흙이 많이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웅어는 더러 보기도 합니다만, 두더지는 구멍만 있고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구멍 크기는 웅어가 뚫는 것보다 커서,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빠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딘가에 두더지 구멍이 나 있습니다. 구멍을 찾아 둑에 엎드려 손을 넣어보면서 이 자식을 어떻게 해야하나 욕도 많이 하고, 그만 좀 뚫어라 애원도 합니다.

밭일도 한창입니다. 봄 작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완두콩을 정리하고,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를 수확하고, 감자와 마늘과 양파를 캡니다. 여름 풀들은 돌아보면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고추와 옥수수와 토마토가 무럭무럭 크고 있고, 곧 깨와 콩을 심어야 합니다.

무더위와 김매기와 논물 보는 것과 풀 깎는 일에 지치고 허덕이기도 합니다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일상이 꽤나 좋기도 합니다. 그래도 같이 푸념하고 하소연하며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이 농번기의 여름을 같이 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살아있음을 지탱하는 먹는 것에 대해, 이 정도 고생은 필요하기도 하고 꽤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식이야 좋은 것이 별로 없고, 변화의 속도는 불가피하게 빨라지고, 우리가 결정한 적 없는 것들이 어느새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밑이나 뒤는 돌아보지 않고 첨단으로만 치닫는 여전한 개발의 세상 속에서, 그럴수록 느리고 조용하고 본질적인 경험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일하고 있을 때 시원한 바람이 불면 그렇게 감사합니다. 이 여름을 안녕히 잘 타시기를.

 
2026년 6월,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

 


 

첨부파일
2026년 6월 윤찬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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