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았습니다.
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높고 푸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흰 뭉게구름이 가볍게 떠다니며 일하는 농부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학교는 여름휴가가 끝나고 새 학기를 맞이하며 가을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감자랑 마늘, 양파를 수확한 밭에 퇴비를 내고 갈고 김장채소를 심었습니다. 씨앗을 뿌려 20일 동안 키운 배추 모종을 본 밭에 아주심기하고 무, 갓, 알타리 씨를 뿌리고 말끔하게 다듬어 두었던 쪽파 씨도 가지런히 심어 봅니다.
가을에 심는 채소들은 짧은 기간 동안 자라 수확하기 때문에 때를 놓치지 않고 심는 게 중요합니다. 옛날 어른들은 ‘가을 농사는 하루가 늦으면 일주일이 늦어지고, 일주일이 늦으면 한 달이 늦어진다’고 했습니다. 모든 농사가 그렇지만 특히 가을 농사는 매일매일 날씨를 살피며 부지런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김장채소 씨뿌리기가 끝나고 이번 주에는 이른 벼인 밀크퀸 수확을 할 예정입니다. 올해도 태풍피해 없이 노랗게 익어가는 벼가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4월 볍씨 뿌리기를 시작으로 논에 거름 내고 갈고 물 대고 써레질하고 모내기에 완전물떼기까지 농부의 수 없이 많은 손길이 오가고 논에 사는 120여 종류의 논생물들이 벼를 돌보고 해와 바람과 비의 도움으로 알알이 여물어 갑니다.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상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는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나누며 넉넉한 한가위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9월,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