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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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학년 생활글 3월 16일, 22일, 31일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17-04-10
조회수 159

20173161학년 생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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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가 고프다

17기 오선재(2017.3.15.)

배고프다. 방금 전에 저녁을 먹고 들어온 거 같은데 배고프다. 방금 소세지도 꺼내먹었다. 조금은 괜찮아 진거 같다. 최근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는 가장 먼저 음식은 잘 먹고?”라고 물어봤다. 아마 재작년 여름이었던 거 같다. 입맛이 확 떨어지면서 밥을 잘 안 먹게 되었다. 그때가 고2 여름이었을 것이다. 살을 좀 뺄 겸 먹는 양을 줄였다. 마침 타이밍 좋게 더위도 먹었다. 덕분에 입맛은 뚝 떨어졌고, 그 계기로 몇 년간 음식을 잘 안 먹게 되었다. 밥 양을 줄이게 된 덕분에 주위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전공부에 들어 온 지 오늘로 15일이 되는 날이다. 요즘은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다. 아침 먹고 나서 양치를 하는데 배고프다. 1교시 수업이 끝났는데 배고프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배고프다. 저녁을 먹고 실습일지를 쓰는데 배고프다. 하루 종일 먹을 생각을 하며 사는 거 같다. 별로 다른 생각들을 안 해서 가장 원초적인 먹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아마 몸을 많이 움직여서 배가 고파지는 거 같기도 하다. 혹은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고 있어서가 아닐까. 서울에서 밥 한 끼는 먹는 게 아니라 해치우는 느낌이었다. 일을 하다가 친구들과 잠깐 근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를 채웠다. 그와 반대로 전공부에서는 밥을 먹는 시간이 정해져있다. 또 고기를 먹는 것도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따뜻한 밥과 색색갈의 반찬들과 국만 있으면 몇 그릇이고 먹을 수 있다. 다양한 맛을 느끼며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서울에서 먹는 음식도 충분히 맛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와는 달랐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알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려고 전공부에 들어온 이상 농사와 음식이 떨어져있으면 안 될 거 같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먹을까 걱정은 되지만, 그만큼 나중에 쓸 에너지 충전을 하는 거라 생각하려고 한다. 건강하게 기르고, 맛있게 먹는 순환의 고리를 앞으로 2년 동안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단지 기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는 과정까지 만들어 간다면 맨날 배가고파도 좋을 거 같다.

 

 

농업의 연결

17기 정채영(2017. 3. 13.)

오늘의 실습은 메주 씻기와 감자, 완두콩 심기였다. 메주를 씻으며 우리가 앞으로 1년간 먹을 장, 나의 먹거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동기가 되어 열심히 씻고 앞으로 먹을 장을 생각하고 기대하게 되었다. 또한 2학년과 함께 메주를 씻으니 그저 장을 만들기 위해 사온 메주와는 달리 이 메주를 만들던 때의 이야기와 작년에 메주 씻던 때의 이야기 등 메주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콩을 키워서 메주로 만들 일까지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메주 씻기는 그저 하루의 실습이 아니라 언니들이 만든 메주를 장으로 만드는 긴 호흡으로 이어진 과정의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알 수 있으니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이 되었다.

전공부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언니들이 담근 장을 먹고 있고 앞으로 2년 동안 지내지만 내가 담근 장을 또 후배들이 먹을 것이다. 이렇게 장 담그기와 농사를 통해 먹고 다음을 위해 또 기르는 활을 계속 이어온 것을 체감하면서 오래된 연결고리의 위대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선물 같으면서 하나의 흐름을 타는 이야기와 여정 같았다.

 

 

동아리

17기 강한성(2017.3.12)

 

지금 학교를 입학한지 1주일 조금 넘었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동아리도 하고, 수업도 듣고, 실습도 하면서 전공부 학생들이 많이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커리큘럼을 따라 가다 보니까 오후 5~6시 사이에 끝나고 그 다음에 동아리를 하면 9시 쯤 되어 있다. 여기서 너무 고민 됐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동아리들을 하면 1주일 동안 여가 시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두 개 정도 하는 것이 좋을 텐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대부분 다른 곳에서는 몇 군데 가보면 여기는 별로 안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와서 뻐꾸기, 녹색평론, 목공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하고 싶은 점이 나에게 결정 장애를 일으켰다. 내일 까지 좋은 결정을 내리자 한성아!!!!

 

 

20170323 1학년 생활글 수정

 

 

증상과 문제, 무엇을 인식 할 것인가

17기 강한성(2017.03.22.)

녹색평론 모임을 가서 도널드 트럼프가 문제가 아니라 증상이다라는 제목을 가진 글을 읽고 얘기기를 나눴다. 그 얘기들 중에서 정말 공감되었던 점은, 제목이 매우 적절하게 잘 지어졌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등장을 가지고 문제가 아닌 증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새로웠다. 사실 미국 정치나 한국 정치 구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말은 바로 문제와 증상이다. 우리가 박근혜 탄핵 시위를 벌였을 때, 분명히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시위를 벌였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이 물러나고 다음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더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또는 원인은 이런 표피적인 것이 아니었었다. 원인은 시스템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 예기를 듣고 우리나라가 왜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서 지배당하는지 깨달았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눈을 열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김매자

17기 오선재(2017.3.22.)

어느덧 봄이 다가오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다. 하지만 땃땃하게 내리 쬐는 게 햇볕은 추위마저 녹여주는 듯하다. 따뜻한 햇볕은 지난겨울 꽁꽁 얼었던 땅을 녹여주었다. 작년 겨울 마늘밭에 덮어놓은 볏짚을 걷었다. 그 후 유박을 주고, 딱딱해진 땅을 호미로 잘게 부셔주었다.


1. 각자 호미 하나씩을 들고 고랑에 쭈구려 앉았다. 동글동글한 유박이 밭 사이사이에 놓여있다. 유박과 흙을 잘 섞으며 중간 중간 김매기도 같이 했다. 쩍쩍 갈라진 땅도 있고, 잡초와 함께 겨울을 난 마늘도 있다. 겨울동안 볏짚을 덮어줬냐, 완겨를 뿌려줬냐에 따라 흙이 다르다. 폭신한 흙이 있는 반면, 딱딱한 곳도 있었다. 잡초가 많이 자란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흙이 단단한지 아닌지는 호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호미가 마치 내 손인마냥 흙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호미를 통해 마늘이 지난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호미가 마늘과 나를 이어주는 거 같았다.


2. 마늘밭은 길었다. 나는 무언가에 집중을 하게 되면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긴 마늘밭은 집중력만으로는 힘들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앞에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같은 자세로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김매기를 하는지는 오도쌤이 알려주셨지만 다 달랐다.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자세로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한성이는 집에서 티비를 보는 것처럼 눕다시피 일하고 있었고, 채영이는 빠르게 손만 움직이고 있었다. 오도쌤도 명아언니도 다 다른 뒷모습이었다. 각자가 편한 자세로, 각자만의 자세로 마늘밭을 가고 있다.

 

 

나물과 잡초의 한끝차이

17기 정채영(2017. 3. 20. )

오늘의 실습은 마늘밭 추비주고 김기였다. 마늘밭으로 걸어가서 밭을 둘러보니 냉이가 엄청 많았고 농기구와 실습장을 기다리면서 조금 캤다. 이 귀하고 맛있는 냉이를 그냥 잡초들과 함께 뽑아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실습 중에 한쪽에서는 냉이를 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늘밭에 (한약 환 같은 모양과 냄새가 나는) 유박을 유쾌하게 훅훅 뿌렸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으며 밭 흙을 호미로 긁기 시작하니 밭은 엄청 넓게 느껴지고 생각보다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눈 보이는 모든 초록색 나는 아이들은 나에게 잡초에 불과하게 되었다. 일일이 냉이를 캐면 시간이 너무 걸리고 골라내는데도 신경을 써야하니 그냥 전부 뽑아버렸다. 냉이를 긁어내면서 냉이 향을 맡으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호미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을 다 끝내진 못했지만 마늘밭은 다 끝내고 모아두었던 잡초들을 걷어내는데 여기저기 냉이들이 모아져 있었다. 그래도 빨리 쉬고 싶었기에 그 냉이를 골라내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그냥 걷어서 풀밭 한쪽에 던져놓았다. 냉이 캐기 실습을 할 때는 냉이도 별로 없는 밭에서 눈발을 맞으며 땅을 기면서 귀하게 캤는데 김매기 실습을 하니 냉이는 나의 목적 밖이었고 흔한 잡초가 되었다.

 

 

20173311학년 생활글 최종

 

새로운

17기 강한성(2017.03.27.)

지난 주 토요일에 선재와 나는 열심히 두둑 뒤집기를 했다. 정말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연구소 하우스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서 퇴비를 퍼서 수례에 담아, 그 높은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씨앗밭 까지 올라가서 퇴비를 삽으로 퍼서 적정량 두둑 위에 놓고, 하우스에 있는 낙엽과 섞어서 뒤집어야 했다. 어떤 두둑은 잔뿌리가 많아 삽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고, 어떤 밭은 틀을 맞춰야 해서 어려웠다. 또 하다보면 멀칭 재료가 부족해서 아무거나 찾아서 덮어야 됐다.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즐겁고 개운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매일 같이 실습하는 일과가 몸에 좀 배인 것 같다. 요즘은 일을 하루라도 쉬면 몸이 피곤해지면서 나른나른 해진다. 그래서 일을 하면 힘들지만 확실히 개운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신도 더 맑아지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했다는 성취감도 느낀다. 그래서 새로운 의 모습을 발견 한 것 같다. 그 전의 나와는 다른 자신을 찾게 되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까지는 이런 모습이 좋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 나갈까?

 

 

도로에서 살다

17기 오선재(2017.3.26.)

푸르스름한 아침에 산책을 하는 건 색다르다. 홍성에 내려온 뒤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마을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나만의 산책코스도 만들어냈다. 학교에서 출발해 감자밭, 양파밭을 지나 마을활력소, 그리고 오도쌤 집과 도서관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다. 그 중 양파밭을 지나 마을활력소로 가는 길은 안가고 싶을 때가 많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큰 차들이 오가며 내는 소음과 매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큰 도로 앞까지만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한다.

일요일 점심은 한 달간 미루고 미루던 소희쌤과 밥을 먹었다. 홍동에 정착(?)을 한 후 소희쌤과 함께 밥을 먹는 건 처음이었다. 할 말들과 설레는 마음은 한켠에 꼭꼭 담아두었다. 소희쌤과 밥 먹으러 가는 길, 마을활력소 앞에서 닭을 보았다. 아주 작은 케이지 안에 두 마리의 닭이 있었다. 저번에 듣기로 전공부에서 작년까지 키우다, 겨울에 활력소로 보내진 닭들인 거 같았다. 여섯 마리로 알고 있었지만, 두 마리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 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큰 도로에 닭 두 마리.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닭들이었다. 나조차도 산책을 다닐 때 시끄러워서 가지 않는 길 한가운데에 닭들이 살고 있었다. 방치되어있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민후오빠와 한성이, 나는 가축 팀이다. 지금 있는 흑염소 외에도 다른 가축과 함께 살고 싶어서 가축 팀을 만들게 되었다. 작년 닭 동아리를 했던 선배들은 생명을 쉽게 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힘들어서, 바빠서 밥을 잘 안주게 되고,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방치가 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책임감 있게 잘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 그 책임감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도로에서 살고 있는 닭을 보며, 뭔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닭을 기른다는 말을 쉽게 했다면 도로에서 살아가고 있는 닭들과 달랐을까? 결국 나도 방치를 해두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과 방법들을 찾아나서야 할 거 같다. 도로에서 살지 않게 말이다.

 

 

땅에 뿌리내

17기 정채영(2017. 3. 24. )

풀무에 와서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녹색평론 모임 때 존 버저의 뿌리내린 삶에 대한 글을 읽었다. 현대인들은 뿌리 뽑힌 삶을 살고 있고 그 일례로 정착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하늘의 신, 그리고 땅의 조상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그런 바로 서있는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공감은 되었지만 그 글이 시사하는 점을 확실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 후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앞서 죽어간 이들에게의 접근은 꼭 자신의 조상일 필요는 없으며, 그저 앞서간 지혜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땅에 뿌리내린다는 것은 정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서있는 공동체에서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알고 서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곧은 정체성으로 하루하루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면 내가 나아가는 방향 또한 잘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녹색평론 모임 때 장길섭 선생님께 그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선생님은 땅에 뿌리를 둔다는 것은 내가 살고 조상이 살아온 이 땅의 역사와 조상들이 일궈 놓은 땅에 대해 느끼는 동질감이라고 하셨다. 이 땅이 나이고 내가 이 땅이라는 인식이 삶의 의미와 겸허함을 줄 것 같다.

정착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더 많이 돌아다닐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곳에 뿌리를 두고 앞으로의 삶을 다져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이 떠있지 않고 맑은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 흐름을 느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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