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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8일 5월 5일 1학년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17-05-12
조회수 383

20174281학년 생활글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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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농(下農), 이 맛에 하죠.

17기 오선재(2017.4.25.)

농사에는 상농, 중농, 하농이 있다고 한다. 잡초가 나기 전에 김매기를 하면 상농, 잡초가 막 자랐을 때 김매기를 하면 중농, 잡초가 작물만 할 때 김매기를 하면 하농이라고 한다. 쪽파밭을 그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하농이라고 하겠다.

감자밭에 난 싹을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옆 풀밭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사이사이에 쪽파가 있는 걸로 보아 쪽파밭인 거 같다. 쪽파보다 잡초가 훨씬 큰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김맬 엄두를 못 냈다.

각자 낫을 챙겨들고 고랑에 앉았다. 잡초사이에서 낫질을 하니 낫이 보이지 않았다. 풀들이 누우면 베어졌다는 표시다. 내가 볼 수 없던 잡초와 낫 사이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풀 사이에서 낫질을 하니 간혹 쪽파를 잘라버리기도 했다. 또 잡초를 뽑으니 쪽파가 쓰러지기도 했다. 쪽파와 잡초는 짧은 시간동안 서로 의지하며 컸던 거 같다. 그래서 그 순간 괜히 잡초를 뽑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옆 사람이 하면 나도 이끌려 하듯, 슬금슬금 이야기를 나누며 했다. 그러니 금방 끝났다. 돌아보니 잡초가 안보이고 쪽파만 보이는 게 뿌듯했다.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잡초가 많다가 없어지니 휑하기도 하지만, 김맨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맛에 하농을 하나 싶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라면 하농 대신 상농을 해야겠다.

 

 

땅과 살아가

17기 정채영(2017. 4. 18. )

전공부에 온 뒤로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고 이제는 어디서 지을지를 고민한다. 농촌의 현실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땅을 살 돈도 없을뿐더러 땅을 팔지 않기에 사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점점 할머니 집으로 향했고, 잊고 있던 어릴 적 꿈이 떠올랐다.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뛰어 놀고, 작물과 과일을 따먹고, 여러 동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가족들도 귀농한다는 말을 해왔기 때문에 커서 귀농을 하는 것은 내 삶에서 자연스러운 계획이었다. 조금 크면서 할머니 집에 대한 로망은 식어갔고 귀농할 터로는 제주도도 좋고 홍동도 좋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시 할머니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보니 땅을 구하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이유도 크지만 그 땅은 함께 자라온 곳이다. 나의 어릴적 추억이 들어 있고 아버지의 추억도 있다. 오도쌤의 이야기 중 집터에 과일나무를 심었는데 그 열매는 손자 대를 보며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땅이 사람과 함께 자라는 것을 깊이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열심히 유기농을 지으면 땅과 함께 의지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땅이 아닌 곳에서 농사를 짓고, 몇 년이 지나 땅과 헤어지게 된다면 그건 잘 키운 자식 뺏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 밭에 가서 흙을 보면 냄새와 촉감으로 흙의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자연과 함께 있으며 생명의 감성, 영적 감성이 깨어남을 느낀다. 이 행복과 평온함을 내 땅과 함께 하고 싶다. 농사지을 땅을 찾는다는 것은 배우자를 찾는 것과 같다는 장쌤의 말씀처럼 나의 배우자를 찾고 싶다.

 

 

밤과 아침의 나무

17기 강한성(2017.04.27.)

녹색평론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봇대 옆 한 나무를 봤다. 그 나무는 노란 나무로 보였다. 아마도 전봇대 때문일 것이다. 그 날 아침에 같은 나무를 봤는데 완전히 딴 느낌이었다. 초록색과 갈색 나무이었다. 그러나 밤에 본 노란 나무는 아침과 달리 평온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밤에 본 나무와 아침에 본 나무를 보면서 조명에 따라 바뀌는 느낌이 너무 신기했다. 정말 자연은 순간순간 다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2017551학년 생활글 최종

 

김매기

17기 정채영(2017. 4. 25. )

일보삼배(4. 21. )

양파밭 김매기를 했다. 전에 했을 때보다 흙은 포슬포슬 다루기 좋았지만 일은 다 끝내지 못했다. 아마 풀이 더 자라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 했을 때는 오랜만에 일을 하니 몸이 적응하지 못해 엄청 힘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도 뻐근했다. 그때는 쭈그리고 앉아서 김을 맸는데 다리와 허리가 많이 고생했다. 오늘은 무릎을 꿇고 매우 경건한 자세로 김매기에 임했다. 허리를 펴고 하니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고랑과 양 옆 두둑에 있는 풀을 뽑았다. 그리고 무릎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을 반복하니 삼보일배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느린 흐름으로 일보삼배를 했다.

 

2. 시간이 빨리 간다(4. 24. )

아주 감격스러운 날이다. 처음으로 실습에 나가지 않고 오롯이 식당번을 했다. 점심을 먹고, 치우고, 참 준비를 했다. 계속 부엌에 있었는데 금방 참 시간이 다가왔고 서둘러서 참을 마무리했다.

밭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을 하 시간이 안 가고 중간중간 시계를 보며 ‘1시간 후 참 시간, 30분 후 참 시간하며 기다리곤 했다. 부엌에 있으니 시간이 빨리 간다. 실습하는 사람들 오늘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참을 기다렸겠지? 한발한발 나아가며 풀을 뽑았겠지?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시간을 산다.

 

 

행복은 무엇일까?’

17기 강한성(2017.04.30.)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어제 채영이와 정민이형이랑 같이 봤다. 그 영화에서는 한 남자가 자기의 안정된 일상을 포기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의 여정 가운데 온 가지 일을 겪으면서 느낀 행복(혹은 행복을 방해하는 것)을 일일이 수첩에 쓴다. 그 영화를 보면서 다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행복에 관한 잘못된 시선도 알게 되었다.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힘듦, 불행, 억압, 공포 같은 감정 외의 긍정적인 감정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버려야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사고방식이 틀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빛이 없으면 그늘이 있을 수 없듯이, 우리 감정도 밝은 감정과 어두운 감정이 섞여있다. 공포나 불행 같은 감정이 없으면 우리는 애초에 행복이라는 관념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느낌들이 가득한 감정이 행복이라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는 항상 과정 속에 이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나의 한계를 넘어 설 때 느끼는 행복은 과정은 힘들고 고달플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다 끝내고 보면 무척 기쁘다. 그런 시련을 겪지 않고서 행복해지려 함은 거짓된 행복을 쫓아가는 것 같다. 진정한 행복은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행복으로 느끼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드디어 행복을 향한 첫 자물쇠를 연 기분이 든다.

 

 

냄새가 없는 세상

17기 오선재(2017.4.30.)

감기에 걸렸다. 처음엔 목감긴 줄 알았는데, 코도 막힌다. 처음엔 겨울이면 으레 걸리던 감기인 줄 알았다. 하루 이틀이면 금방 나을 줄 알았다. 그렇게 빨리 감기가 났길 바라며 주말을 보냈다.

일요일 오전, 지인언니와 행복나누기 알바 하러 가는 길이었다. 지인언니가 반팔을 입은 걸 보아 얼추 여름이 온 듯했다. 지인언니는 여름 냄새 난다.”라는 말을 했다. 나도 열심히 냄새를 맡아보려 했지만, 나지 않았다. 그때 코가 막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에 젖은 논 냄새, 퇴비 냄새, 음식 냄새, 풀 냄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여름 냄새가 나지 않으니 그냥 덥게만 느껴진다. 음식 냄새가 나지 않으니 그냥 먹게 된다.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식감으로 알 뿐이다. 모든 세상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냄새를 못 맡으니 선글라스를 낀 채 꽃구경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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