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풀무학교
농사소식-6월

안녕하세요. 더운 날씨에 건강히 지내시나요. 절기로 따지면 아직 초여름인 유월에 드리기엔 조금 이른 인사라는 생각이 들지만 매일 계속되는 더운 날씨와 가뭄 속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농번기인 유월에 전공부는 4주간 실습 주간에 들어갔습니다. 평소에 오전에는 수업, 오후에는 실습을 했다면 실습 주간에는 해야 할 일이 늘어나 오전, 오후 모두 실습을 합니다. 일의 리듬이 달라지기도 하고, 일의 양, 내용도 달라지죠.

유월의 첫날에는 갓골논에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올해도 청계자유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스무여명이 2주간 학교를 방문해 실습을 함께 하며 손을 보태주었습니다. 또한 학교 입학에 관심있는 분들이 방문할 수 있는 기간이 있는데 올해는 금산에 있는 별무리학교 친구 8명과 대전에서 특수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시는 분이 일손을 보태주었습니다. 작년보다 학생수가 적어 일할 때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손을 보태준 이들 덕분에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밭에서는 작년 가을 즈음에 심은 작물을 수확하는 일을 했습니다. 마늘, 밀, 양파를 수확하니 올해 창업한 15기 선배들과 함께 작물을 심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올해 밀은 앉은뱅이밀, 백중밀, 금강밀 3종류를 심었고, 수확한 밀은 학교생협에 판매하여 빵과 국수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한켠에서는 수확을 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부지런히 작물을 심었습니다. 고구마, 땅콩, 옥수수, 팥, 들깨, 참깨 씨를 뿌리고 자리를 잡길, 싹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김매는 일이 예년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비가 거의 오질 않다보니 풀도 자라지 않고, 작물도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수확한 작물들도 분얼을 덜 하고 알곡도 잘 맺힌 상태가 아니다보니 계속되는 가뭄에 모두가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가 있는 충남 지역은 가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충남 서부지역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보령댐은 저수율이 9.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저수지들의 물은 말라만 가고 있습니다. 모를 심었는데 물을 제대로 대지 못해 타들어가 다시 모를 심는 농가들도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농사뿐만 아니라 내년, 앞으로의 농사가 많이 걱정됩니다. 땅에 기대어 농사를 짓고, 땅에서 난 것을 우리가 먹기까지 다양한 존재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마른 땅이 충분한 비로 적셔지길 기도하며 쌀편지를 마칩니다.

2017년 6월 22일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