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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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년 3월 1주차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1-03-17
조회수 24

텃밭에서 보낸 하루(김산, 39)

 

  텃밭 김매기와 원예 당번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70평 남짓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텃밭이 겨울 동안 올라온 온갖 풀로 뒤덮여 있어서, 김매기를 시작했다. 텃밭은 이랑마다 크기가 다 다른 디자인이다. 이랑 하나를 끝낼 때마다 얼마나 걸렸는지 알고 싶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 정도 크기면 30분이면 하겠지했는데 1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이건 좀 더 크니까 1시간 정도는 걸리겠다했는데 40분이 걸리기도 했다. 같은 크기여도 어떤 풀이 자라고 있는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달라졌다. 처음엔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감이 오지 않아 확인할 때마다 놀랐는데, 몇 번 반복한 다음부터는 이 정도 걸렸겠지 생각만 하고 바로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 일을 했다.

  원예 당번이어서 하우스 관리도 했다. 전열온상에 고추, 양배추 등 모종을 기르고 있어서, 온도관리를 신경 써서 해야 한다. 처음에는 구름이 많고 해가 조금만 비쳐서 비닐만 걷어주었다가, 텃밭에서 김을 한참 매다 보니 해가 뜨고 맑아져서 옆 날개를 열어주고, 또 일을 하다가 조금 쌀쌀한 기운이 느껴져 얼른 가서 비닐과 보온덮개를 덮어주고 왔다.

  텃밭에서 있으니 하루가 지나가는 흐름을 몸의 여러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와 구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에 따라 공기의 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느 시간에 자연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땅에 햇빛이 언제쯤 닿고 지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흐름에 집중하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걸 이제서야 느끼다니, 아쉽다. 텃밭에서 보낸 하루만큼 해와 구름, 온도, 소리의 변화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지 싶다.

  자연의 흐름을 몸에 익혀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농사지으라는 말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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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2021228일 정동혁)

  요즘 학교에서 실습을 하면서 내 손을 자세히 볼 기회가 많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내 손을 보고 여리여리 하게 생겼다고, 그런 손으로 무슨 농사 같은 험한 일을 하겠냐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지금이야 그런 말을 들어도 별로 신경을 안 쓰지만, 전공부를 오기 전에는 그 말이 굉장히 싫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내 손을 핑계 대면서 난 그런 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직도 아버지는 우리 아들 손은 농사 같은 험한 일을 할 손이 아니다라면서 호시탐탐 다른 일을 시키려고 기회를 보신다. 하지만 나는 농사가 아니면 다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손 하나 이쁘게 간직하자고 농사를 그만두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다.

  요즈음 실습을 하다가 문득 내 손을 보게 되면, 손을 열심히 쓰는 사람들이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진심으로 임하고, 항상 열심히 하는 나머지 손가락에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지거나, 손가락 자체가 두꺼워진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나도 내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거나 손가락이 두꺼워질만큼 열심히 농사를 배워서 나의 손가락이 내가 농사를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그 척도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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