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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흙 외 1편(1학년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1-03-31
조회수 37

(김산,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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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장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이다.

처음엔 장화를 벗으면 보이는, 하얗던 양말에 묻은 흙이 눈에 거슬렸다. 손으로 최대한 털어냈다. 이젠 흰 양말에 흙물 들인다 생각하기로 했다. 며칠 일하고 나니 이번엔 손톱 밑에 낀 흙이 거슬렸다. 몇 번 손톱으로 빼내다 말끔히 깎았다. 깎아낸 손톱은 이미 흙물이 들어있었다. 핸드폰 곳곳에 흙먼지가 끼었다. 한 번 빼내기 시작하니 더 깨끗이 털어내고 싶어서, 작은 구멍에 들어간 흙먼지까지 빼냈다. 이젠 마음 편하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텃밭 김매기를 하면서 풀뿌리에 엉켜 잘 털어지지 않는 흙이 눈에 밟혔다. 최대한 털고 남은 건 다시 퇴비가 되어 밭에 돌아오겠지 싶어 고랑으로 빼내다가도, 아까워서 다시 두둑에 몇 번을 더 털어낸 뒤에야 손에서 놓았다. 밭 전체에 뒤덮인 풀을 걷어내다 보면 흙 속에 있던 생물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흙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눈길이 닿은 손바닥 크기의 공간이, 순간 커 보인다.

흙을 긁어주며 마늘밭 김을 맸다. 마른 흙을 긁고 나면 보이는 흙 빛깔이 따스하고 폭신한 느낌을 준다. 감자를 심다가, 어쩌다 맨손으로 만진 흙이 보드라워서 놀랐다. 토양검사를 하려 흙을 퍼와 밭마다 구분해 신문지에 펼쳤다. 흙 색깔이 밭마다 달랐다. 어떤 흙은 정말 크레파스의 갈색 같기도 했고, 어떤 흙은 좀 더 어둡기도, 뭔가 삭막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풀뿌리가 많아서 김맬 생각에 걱정되기도, 너무 포실해 보여서 자꾸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다 같아 보이던 땅이 저마다 다른 색깔과 촉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떠올려 보니, 일할 때 흙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았었지 싶다.

흙은 그저 흙먼지였다가 어떨 땐 생명이기도 했다. 흙물이었다가 빛깔이기도, 감촉이기도, 흙 자체이기도 했다. 흙 한 줌이기도 했고, 400평의 밭이기도, 자연이기도 했다. 또 어떤 모습의 흙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흙 속의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게 될지 기다려진다. 흙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갑자기, 주어를 사람으로 바꿔보고 싶어졌다. 사람도 그저 우주 속 먼지였다가 또 어떨 땐 우주이기도 했다. 사람만의 분위기와 빛깔이 있어 맑다가 탁하기도, 너그럽다가 거칠기도, 따스했다가 어둡기도, 사람 자체이기도 했다. 혼자이기도 했고, 홍동사람이기도, 자연 속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또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 속을 얼마나 볼 수 있게 될지 기다려진다. 얼마나 가까워질지 기대된다.

 

 

백색 소음 (2021314일 정동혁)

 

화요일에 마늘밭에 깔아둔 볏짚을 걷어내고 김매기를 했다. 마늘밭이 꽤 넓고 볏짚도 많아서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점심을 먹고 한 시 반에 모여서 마늘밭으로 걸어갔더니 작은 마늘 새싹들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우리는 볏짚을 걷고 김매기를 시작했다.

볏짚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가 지났을까, 문득 허리를 펴기 위해 몸을 뻗으니 선생님과 친구들은 다 아무 말도 없이 자기가 맡은 두둑의 볏짚을 치우고 있었다. 모두 자기가 맡은 두둑에 집중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조용했다. 나도 빨리 사람들을 따라잡겠다고 허리를 숙이고 집중을 하다 보니, 처음엔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낫에 볏짚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저 멀리 축사에서 들리는 정겨운 소 울음소리, 백로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소리,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 이 소리들이 없었다면 집중해서 마늘밭 김매기를 끝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백색 소음은 사람이 집중을 하게 도와주는 소음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소음이 백색 소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의 마늘밭은 분명 고요하면서도 시끄러웠고, 동시에 시끄러우면서도 모두가 잠든 밤처럼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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