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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년 07월 쌀편지
작성자 khj98
작성일자 2016-07-26

풀무학교 농사소식-2016년 7


 

7월입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학교는 초록으로 풍성한 계절입니다. 학교 주변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잎을 펼치며 무성해지고 밭에도 작물들이 풀과 함께 쑥쑥 커가고 있습니다. 또 논에는 벼들이 매일매일 부쩍 커가고 있습니다. 식물뿐만이 아닙니다. 매미, 메뚜기, 거미, , 노린재, 잠자리, 백로, 꾀꼬리, 개구리 등도 학교 주변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금 계시는 곳의 풍경은 어떠한가요?
 

햇볕 뜨거운 여름이 되어 한낮에는 덥기도 하고 장마기간이라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합니다. 학교의 일정도 날씨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집니다.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 안에서 겸손한 마음이 듭니다. 무엇 하나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비가 오면 밭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없고 씨앗을 파종하거나 모종을 옮겨 심을 때는 비오기 직전에 하면 좋습니다. 해가 날 때 해야 할 일들도 있습니다. 자연의 때에 맞추어 해나가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여 들깨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길어져서 해가 지고 나서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볏짚에 불을 피우고 핸드폰으로 불빛을 비추며 들깨모종을 심었습니다. 힘이 들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여럿이 함께 하니 캠프파이어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들깨가 심기는 건지 던져지는 건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심고 나서 바로 비가 와서 다 잘 살았습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씻는 순간엔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비가 온다고 하고 안올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소리를 듣고는 발 뻗고 맛있는 잠을 청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고통과 행복은 양면과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2학년들은 아침마다 논을 둘러보러 갑니다. 논에 물이 적당한지 살피는 일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논둑이 무너지지 않게 물을 잘 빼주고 물이 적을 때는 물이 세나가지 않게 논둑을 잘 정비해야 합니다. 중간 물떼기 전까지 물관리가 중요합니다. 중간 물떼기는 벼를 심고 나서 추수하는 사이 중간에 논의 물을 2주 정도 말리는 것인데요. 태풍에 벼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고 튼튼하게 자라게 해줍니다. 또 가을에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할 때도 기계가 빠지지 않고 잘 작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침에 논에 가는 일이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벼와 이야기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논에 가봐야겠습니다.

학교에서는 쓸데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몸이 안좋아서 바깥일을 못하는 사람은 실내에서 완두콩종자를 거두고 땅콩도 고르고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함께 못해서 미안해 했지만 저는 비오기 전에 완두콩을 거두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사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생각하는 단어는 감사입니다. 문득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참 행복한 삶이라고 느껴졌는데요. 돌이켜보니 제가 지금 여기서 농사짓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 잊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으로 가득하다면 그보다 풍족한 삶은 없겠지요?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가 힘든 세상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그대로 충분히 괜찮습니다.





2016721

풀무학교전공부 식구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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