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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년 08월 쌀편지
작성자 khj98
작성일자 2016-09-05

풀무학교 농사소식-2016년 8


화창한 하늘은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눈이 따갑습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려고 하면 강한 햇빛으로 눈을 곧 찡그리게 됩니다. 매미가 찌르찌르 둘둘목청이 터져라 울어댑니다. 뜨겁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우리 마을에도 어김없이 내려졌습니다. 학교는 실습시간을 새벽으로 잠깐 바꿨습니다.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길은 이슬로 촉촉합니다.

어느새 허리높이 까지 자란 콩밭에서 마지막 김매기를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서 밭에 심은 작물이 더디 자랍니다. 지금 시기에 씨를 뿌려야 할 작물도 비소식이 없어 걱정입니다. 헌데 그 옆에 자라는 풀은 생명력이 실로 대단합니다. 학교 주변은 몇일 동안 예초기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문선생님은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쩍쩍 갈라진 논으로 향합니다. 몇주동안 계속 비소식이 없어 논에 다시 물을 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그래도 벼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논을 초록빛으로 꽉 채웠습니다.



  참깨 주머니가 하나둘 열리기 시작할 때 참깨를 낫으로 베고 세워 말립니다. 그리고 여럿이 둥글러 서서 참깨를 텁니다. 우수수 깨 떨어지는 소리가 시원합니다. 날은 뜨겁게 한여름인 듯 하지만 농사일은 곧 가을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가 이제 그 더위가 곧 꺾일 것이란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도 농사일을 하며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배워갑니다.

뜨거운 햇살을 흠뻑 받은 고추는 새빨갛게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고추를 땁니다. 학교 창고에서는 고추 말리는 냄새가 납니다. 지나가다 냄새를 맡으니 어릴 적 외할아버지 댁이 떠오릅니다. 할아버지가 하셨던 일을 이제는 제가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연결된 것 같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며 일하다 마시는 물 한잔은 꼭 마른하늘에 단비 같습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또 어떻게나 시원한지요. 자연은 우리에게 알맞게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일하다 나무그늘에 앉아 땀을 식힐 수 있어 행복합니다. 텃밭에 있다가 목이 마르면 토마토를 따먹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툰 손길에도 한아름 수확물을 내주는 고마운 땅이 있어 행복합니다.

학교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함께 봤습니다. 각자 소원도 하나씩 준비해 왔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별똥별을 보다보면 그 신비함에 소원 빌 생각은 곧 잊게 되었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하고 함성이 나옵니다. 옆 동네에서도 함성이 들립니다. 웃음이 납니다. 누워서 밤하늘을 보며 떨어지는 별을 기다리는 동안 문득 지금의 여유로움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돌바닥에 누워있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삶의 생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대는 구름 아래 머물라.

생업이 아니라 오락으로 먹고 살라.
대지를 누리되 소유하지 마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16823

풀무학교전공부 식구들 올림

첨부파일
2016년08월쌀 허보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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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den3 마음을 적시는 좋은 글이네요. 농사짓는 것보다는 글쓰기 쪽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지... 아니아니 모두 하면 되겠군요 ㅎ 2016-09-18 10: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