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소식
  • Home > customer > 학교 소식
제목 2017년 7월 쌀편지
작성자 khj98
작성일자 2017-07-28

2017년 풀무학교

농사소식-7





  한참 장마라 전국에 난리가 났지만 장마 전에 홍동에는 비가 많이 안 왔습니다. 가뭄이었지요. (전 편지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전국에 비가 와도 충남에는 오질 않고, 차 타면 10분 거리인 홍성시내나 광천에는 비가 와도 홍동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홍동에 무슨 저주라도 내린 줄 알았습니다. 어떤 분은 벼 모를 냈는데 비가 오질 않아 다 말라죽어서 다시 모를 냈다고 하더군요. 전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밭이 너무 말라서 밭을 갈면 흙이 날리고 비가 오질 않아 작물마다 물을 주어 가면서 심었습니다. 심지어 너무 가물어서 잡초도 나질 않아 풀 맬 일도 없었지요. 대부분이 도시 출신인 학생들은 이번에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혹독하게 맛보았습니다. 다들 모이기만 하면 비가 오길 바라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전공부는 논물이라도 제대로 댈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은 물이 없어서 다 마른 냇가 바닥을 파서 겨우 구멍에 고인 물을 논에 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홍동 사람들은 이번 장마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여기도 수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공부만 해도 비탈 밭에 메주콩을 심어 놨는데 비가 왕창 와서 두둑이 다 쓸려나가 밭에 협곡이 생기고, 그 밑의 밭은 쓸려나간 흙이 쌓여서 두둑이고 고랑이고 없는 평지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어찌나 비가 내리는지, 밭이 말랐다 싶으면 다시 비가 내려서 풀이 작물을 덮는데도 밭일을 전혀 못했습니다(젖은 밭에 들어가면 밟힌 자국이 굳어서 땅을 못 쓰게 됩니다. 그래서 비 온 뒤 마르기 전까지는 밭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래도 비가 오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아무리 비가 와 습기가 차서 숨이 막혀도, 밭에 작물이 쓸려나가도, 비가 오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저 혼자 비가 반가웠을지도 모르지만, 메마른 땅에 비는 흠뻑 스며들었을 테고 넘친 물들은 냇가로 저수지로 또 지하수로 가 줄 테지요. 쓸려나간 작물들은 다 죽었을 테지만 남아있는 작물들은 쑥쑥 크고 있습니다. 심고 나서 시간이 멈춘 듯했던 작물들이 비가 오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것을 봅니다. 그 광경에 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하지만 이번 장마로 힘든 일을 겪는 분들도 계시지요. 습하고 더운 것은 둘째 치고 이곳저곳 수해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 분까지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에겐 생명의 빗줄기가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의 목숨과 생활을 앗아 가고 있다니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슬프고도 착잡합니다. 또 이렇게 난데없이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는 일들을 보니 점점 지구가 망가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걸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무탈하게 나시길 빌며 다 갖추지 않습니다.


2017725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

첨부파일
2017년07월쌀 신지인.hwp
이름 비밀번호



* 한글 1000자 까지만 입력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