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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년 03월 쌀편지
작성자 pm2016
작성일자 2016-07-22
풀무학교 농사소식-2016년 3
 
밝았습니다. 맑았습니다. 고요합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이제 봄을 향해 나아가는 춘분입니다. 춘분이 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만큼 날이 따스해지고 땅속의 생물들이 활기를 찾는 시기입니다. 저희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겨울철의 굳어진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땅을 돌보고 생명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어젠 토마토 씨앗을 침종하였습니다. 침종이란 파종하기 전에 종자를 일정한 기간 동안 물에 담가서 발아에 필요한 수분을 흡수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보울에 휴지를 깔고 씨앗을 정성스레 하나하나 떨어뜨려 놓고, 분무기로 물을 준 다음, 비닐로 보울을 감싸 아랫목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작은 씨앗이 물과 열기를 품고 자라 또 하나의 생명을 피워낸다 생각하니 기대와 신비함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년 농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퇴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콩을 털고 남은 대와 깍지를 경운기에 옮겨 담고 준비된 퇴비장에 쌓아두었습니다. 이제 똥과 물과 낙엽, 볏짚을 더 해 잘 섞어준 뒤, 따숩게 비닐을 덮어주면 땅에 힘을 더해주는 귀중한 양분이 될 것입니다.

農事, 땅을 가꾸는 한 해의 일 속에 우리네 삶이 그대로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작은 씨앗이 흙을 헤치고 나와 물과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자라나고 열매를 맺고 다시 한 줌의 흙이 되듯 우리네 삶이 다르지 않음을 배워갑니다.

친구들과 함께 흙을 만지며 일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함께 웃고 울고 밥을 먹으며 사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합니다. 한 사람 한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배움과 활기를 얻고 혼자가 아님을 느껴갑니다.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저로서는 이곳에서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것이 많은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지내고 있습니다.

밭과 하우스에 뿌려두었던 밀이 새싹을 틔워냈습니다. 지난해 가을, 추수를 마치고 밭을 정리하고 나서 땅에 힘을 더해주는 녹비의 역할을 해주었음 해서 뿌려두었던 것입니다. 이 밀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피워냈습니다.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그리곤 다시 땅으로 돌아가 다른 작물들의 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극히 자(自)는 없고 타(他)를 위해 살아가는 위대한 생명입니다.
 
 

해월 선생은 천지만물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지 않은 것이 없고, 따라서 생물이 살기 위해 다른 생물을 먹는 행위는 한울이 한울을 가지고 자기를 먹여살리는 일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세끼 밥을 먹는 행위가 실은 생명을 죽여 생명을 살리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락 한 알이 자라기 위해서는 또 다른 나락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볍씨가 땅으로 떨어져 죽은 다음, 빛과 물과 바람, 그리고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담겨야 벼는 자라납니다. 생각해 보면 볍씨 한 알에 자연이, 사람이,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해월 선생은 모든 것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끼의 식사가 주는 힘과 의미를 상기시키는 시 한 편 소개해 봅니다. 이 쌀이 삶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생명이 되길 기도합니다.
 
 
 
 

밥 한 끼의 힘
 
 

김재분

설레는 사람보다 편한 사람이 좋더라

마음 터놓고 함께 먹는 밥 한 끼는

고달픈 삶을 위로 하더라
 
 

어렵고, 외롭고, 아플 때

밥 한 번 먹자는 정 담긴 말은

빈 마음 채워주는 보약이더라
 
 

끼니를 거르는 바쁜 하루

속내 털어놓는 따뜻한 사람과

밥 먹는 일은 행복이더라
 
 

밥 한 끼가 지니는 진정한 사랑은

다시, 일어서는 힘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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