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풀무학교

농사소식-9월

9월입니다. 저녁 무렵과 새벽에는 어느새 가을입니다.

얼마 전 태풍으로 인해 몇 논에 일부 벼들이 바닥에 누웠습니다. 볏단을 서너개 서로 기대어서 적당한 높이로 묶어주면 추수 때까지 버텨줄 것입니다. 희한한 건 벼들이 일부만 누웠다는 겁니다. 바람이 어느 부분만 휩쓸고 지나간 거죠. 어르신들은 이를 ‘바람이 놀고 갔다’고 한답니다. 재미진 표현입니다. 쓰러진 벼로 인해 마음 한켠이 쓰릴 텐테 이를 놀고 갔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자세는 무얼까 잠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편지가 도착할 즈음엔 조생종(일찍 이삭이 맺히는 품종) 벼인 밀크퀸 수확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밀크퀸 벼는 20일 경부터 수확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장마도 길고 일기도 불안정한 탓에 벼들도 시련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귀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작년의 기운을 담은 마지막 쌀을 맛있게 드셔주시고 올해의 시련을 담뿍(?) 담은 햅쌀을 기대해보며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시길 빕니다.

2020년 9월 17일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