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지나고 천지만물이 생동하는 봄입니다. 작년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도 싹이 올라와 다행히 추운 겨울을 잘 견디어 냈구나 싶습니다. 고추씨를 파종하고 완두콩과 씨감자를 심고, 마늘밭 양파밭 김을 매며, 이것저것 살펴줍니다. 우리도 겨울 동안 잘 먹고, 잘 자며 긴 겨울을 잘 보냈겠지요. 이제 봄이 되니, 마음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우리들을 들판으로 초대하는 시기입니다.

  조용했던 학교도 이제 개학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2학년 학생과 실습교육생이 함께 1년을 지냅니다. 또 학교 생활관에서 한 달간 지내면서 오후 농사실습을 함께 하는 ‘한달살이’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또 새로운 학교의 역할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 고구마를 꺼내 참을 먹으며 지나간 시간도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올 한해도 시작되었고, 어떻게 한 해를 보낼지 모두 다 알 수는 없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주어진 오늘을 잘 사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요.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할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 하루 하루 쌓여 서로에게 의미있는 그리고 감사를 나누는 일상이기를 바래봅니다.

2024년 3월 20일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