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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년 9월 쌀편지
작성자 khj98
작성일자 2022-01-03

밝았습니다. 아래 옮기는 글은 풀무학교를 후원하는 분들께 보내드린 편지인데, 학교를 믿고 농사지은 쌀을 오랫동안 받아 드시는 분들 역시 풀무학교의 후원자라고 생각해, 함께 동봉합니다.

 

 

전공부 후원회원께 드리는 편지

 

 

미래는 삶을 잡아먹는 우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오직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 이반 일리치

 

 

풀무학교 전공부(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태농업전공과정)를 아껴주시는 후원회원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

올해 전공부는 만 20살이 되었습니다. 2001더불어 사는 농민을 기른다는 교육 목표로 창립한 이래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만큼 열악한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공부 식구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힘든 일보다는 고맙고 행복했던 날들이 훨씬 많았음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힘든 조건 속에서도 고맙고 행복했던 일이 더 많았던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전공부에 몸담고 있는 식구들(학생이든 선생이든)이 언젠가부터 약간은 집단적으로 바보가 되어갔기 때문이 아니었을지요.

갈수록 나빠지는 제반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당치 않게도 농사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학생과 그 학생에게 농사의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겠다고 하는 선생이 있습니다. 아직도 이런 바보 같은 학생과 선생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바보 같은 여러분도 만나게 됩니다.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하는 학교를 위해 바보같이 후원을 해주시다니요.

저희들은 정말 바보라서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비록 학교라는 형식적 틀은 갖추고 있지만 제도화된 관청(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본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기에 결코 제도화된 학교로도 쉽게 불릴 수 없는, 이 풀무학교 전공부가 2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건, 20년 동안 더 성장하지도’ ‘더 발전하지도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전공부가 지난 20년 동안 발전하고 성장했다면, 어쩌면 지금의 전공부는 벌써 없어졌을 겁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20년을 한 자리에서 자라온 전공부는 크게 변한 것도 없고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창립 때부터 늘 존립자체가 위태위태한 채, 지금까지 제 자리를 지키며 버텨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 하루가 쌓여 이제 20년의 나이를 먹다보니 전공부를 창업(졸업)한 선배 바보들이 마을의 이곳저곳에서 역시 비슷한 바보짓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지요. 전공부에 마음을 내주시는 여러분 앞에서 너무 어두운 말만 늘어놓습니다. 죄송합니다.

산업화 이래 우리 농촌은 늘 위태위태해왔고, 기후위기가 임박한 이 즈음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우리가 터한 이 땅도 지금까지 늘 위태위태해왔습니다. 한번도 낙관적인 때가 없었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땅()과 농촌에 뿌리박은 채 이루어지는 농사 역시 위태위태한 게 사실일 테고, 그 농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 이곳 풀무학교 전공부 역시 위태위태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에 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기에 바보처럼 하는 것일 터입니다.

언젠가부터 미래장래를 생각하는 일은 똑똑한 이들에게 떠넘겨두었습니다. 바보 같은 저희들은 미래는 삶을 잡아먹는 우상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에게는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입니다.”

전공부를 아껴서 기꺼이 바보들의 행진에 동참해주시는 후원회원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1923일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

첨부파일
2021년 09월쌀 강국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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