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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7일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19-04-03
조회수 89
 

일요일 오전의 풍경 속 달래비빔밥 (조희주, 20190327)

 

일주일 만에 알람 없이 원하는 시간에 기상했다. 맘껏 자고 싶었지만 눈이 떠진 시간은 고작 아홉시 반이었다. 아침 햇살이 내 침대 머리맡까지 들이닥쳤다. 부신 눈을 비비며 살핀 창문 밖으로는 푸르고 맑은 하늘이 보였다. 맑고 푸른 하루가 예상됐다. 누운 상태 그대로 전날 보다 잠든 글을 이어 읽으며 여유를 부렸다.

시간은 열시가 되었다. 주영과 유경도 당번 활동을 하기 위해 일어나 나섰고, 나도 따라 나가 씨앗밭을 돌보았다. 하우스 문을 활짝 열고 비닐을 모두 거두어준 후 밤새 마른 땅을 구석구석 적셔주었다. 아직까지도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을 걱정하며 살피다보니 주영과 유경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은 달래비빔밥을 해먹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연구소 앞에 핀 매화꽃을 조금 따고, 봄볕에 녹아내린 고양이들의 애교 섞인 모습을 귀여워하다 보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더 배고파지기 전에 부리나케 달래를 따러 버섯하우스 근처의 작은 숲으로 갔다.

숲 속 큰 나무 근처에 달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비죽비죽 자라난 달래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캐냈다. 종이라고 착각할 만큼 두껍게 쌓인 방선균을 뚫고 자라난 가느다란 달래들이 기특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걸까?

바구니에 넉넉하게 담긴 달래를 식당으로 가져갔다. 서둘러 점심을 준비했다. 잘 다듬은 달래와 깨끗이 씻어 자른 상추, 반숙으로 익힌 계란프라이 위로 깨를 솔솔 뿌린다. 간장을 한 바퀴 둘러 간을 하고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알싸하고 향긋한 달래를 씹으니 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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