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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0년 1학년 생활글(3월 12일)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0-03-12
조회수 63
 

2020312일 생활글


 

착한 씨감자, 나쁜 씨감자 (조은석, 33)

 

 종자용 감자라는 것이 있다. 수확한 감자 중에서 내년에 다시 심을 종자로 쓰는 감자를 종자용 감자라고 한다. 보통 감자 중에서 크고 먹음직한 것은 식용으로 쓰고, 비교적 덜 먹음직한 것들을 종자용 감자로 사용한다.

 감자 입장에서 더 억울할 수도 있는 사실은 종자용 감자로 분류한 모든 감자가 땅에 심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2차 검사를 거쳐서 진정한 종자용 감자(땅에 심기는 감자)가 된다. 기준으로는 이런 것이 있다. 너무 무르거나 쭈굴쭈굴하지 않을 것. 곰팡이가 슬었거나, 해충 피해를 입었거나, 상했거나 등등 감자에 결함이 있을 때, 그 부분을 잘라내고 약 30g 정도가 되며 씨눈이 있을 것. 그런데 이게 참 애매모호해서 자르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상태가 비슷해보이는데 누군가는 바구니에 담고, 또 누구는 바닥에 버린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는데 너무 작아서 탈락. 크고 옹골진데 곰팡이가 많이 피어서 탈락. 상처가 썩어서 탈락. 물렁해서 탈락. 주름이 많아서 탈락. 탈락. 탈락. 탈락. 안되는 이유가 참 많기도 하다. 만약 감자가 아니라 인간을 평가하는 자리였다면 어떨까. 키가 작아서, 상처가 보기 흉해서, 병이 있어서, 나이가 많아서 등등 각종 이유들이 수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아프게 하지 않을까.

 왜 감자는 마구 평가하면서, 사람은 평가하면 안될까. 감자도 살아있는데. 힘들게 살아왔고, 열심히 살텐데. 왜 옥지기가지는, 방울토마토는, 잡초는 내 멋대로 판단했을까?

 

목공 (황동하, 39)

 

목공을할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톱질을할때, 대패질할때, 끌질을할때...
또 그 끌을 갈때 기분이 좋아진다. 몇시간동안
혼자 일을하다보면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작업을한다. 어느날 나의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목공을하는사람중에 못생긴사람은있어도 못난사람은 없다고
과연 나는 못난사람이 아닐까?

 

아마도 우울한 이유 (공아민, 39)


여기 와서도, 기분이 우울할 때가 있다.

높은 확률로 마음은 이렇게 움직인다.

맞다. 그것도 내가 잘못한 거야.’

내 실수가 그리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있어줬을텐데.’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어떤 노랫말처럼, 너라는 사람은 더없이 투명했다.

딱히 내게 뭘 바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서도 상처주지 않으려 한 기억이.

그렇게 참아주고 지켜봐 준 그 기억들이. 언젠가부터,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만든다.

그래, 너는 최선을 다했구나. 그래서 나하고는 다르게 그 시간들이 무겁지 않은 거겠지.’

나보다 온도가 미적지근한 것 같다는 게, 너무 불안했다.

그 불안함은 예민함을 예리함으로 달구어, 결국 울음을 흩도록 했다.

나는 같이 울지 않았다. 너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겪으며, 이전에 만난 사람과 자기가 헤어진 이유를 알게 되어, 운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이제는 안다.

그 슬픔의 의미를 이해하고 보니, 혼자 있다보면 눈물이 나온다.

뒤늦은 슬픔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사는 게 꿈이라 한 너를 닮아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긴급재난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시인이 먼저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같은 것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편지 1, 이성복 <그 여름의 끝>에서

이렇게까지 집착하지는 않아. 다만 오늘도 너에게 좋은 하루이길 바라지.

지금 쓰는 글은 생활글이고, 사람들 앞에서 읽어야 하는 글인데.

여기 와서 있어보니, 뭘 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때는 대개 이런 상태인 것 같아서 다른 말을 못 찾겠다.’

감자 심고, 퇴비 주고. 텃밭에 김 매고. 모르는 사람한테 먼저 인사까지 하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데.

글 쓸 때처럼, 혼자 있으면 멍하니 감정이 무거워진다.

기분이 우울하지 않으려고. 더는 그 때처럼 불안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혼자 주문을 외운다. “결국에는 잘 될거다.”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은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너는 지금도 너를 말하고 살아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랑을 겪고 싶었으나, 사랑이 아닌 것들을 준 사람이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이젠 침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정한빈, 39)

 

첫날은 가볍게 고추씨 심고

둘째 날은 즐겁게 온상 만들고

비 오는 날은 차분하게 마늘 까고


양파밭 추비 줄 때 퇴비 다지고

씨앗밭 새 두둑 만들 때 흙 뒤집고

마늘밭 싹 날 때 볏짚 옮기고

 

일하다 신나면 노래 부르고

일하다 힘들면 마음 다잡고

일하다 배고프면 참 먹고


매일 밤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고

 

시래기를 삶으며 (한현수, 39)


어제 식당번이었음. 감자를 까고, 양파를 까고, 기름과 간장과 매실효소 채워넣고 시래기를 삶았다. 시래기는 연구소 텃밭옆 하우스에 작년에 말려둔 것을 모두 걷어다가 큰 솥에 물을 끓이고 거기에 3시간을 삶았다. 삶는동안 커다란 주걱으로 주기적으로 저어주었다. 주걱손잡이가 부러졌다... 물을 한번 따라버리고 한번 더 끓인후 그대로 식힌다.

시래기 하나를 만드는데 작년 가을에 무를 수확하고 잎을 자르고 적당한 곳에 널어서 말리기를 몇 개월, 그 후 위의 공정을 또 해야만 먹을 수 있는게 시래기라니...

이런 시래기... 입술이 부르트고 있다...

 

냉이 반찬 (방효신, 32)

 

오후 실습 시간에 연구소 밭에서 냉이를 캤다. 냉이는 보랏빛이 나면서 민들레 잎이 작은 형태인데, 땅바닥에 살짝 붙어 있다. 꽃이 피지 않은 걸로 골라서 호미로 캐고 흙을 털어내어 바구니에 담는다.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냉이만 보았지, 직접 밭에 나가 캐는 건 처음이다. 몇 년 전에 엄마가 냉이 반찬을 해 주시던 생각이 난다. 나와 동생이 잘 먹지 않거니와 식사 당번인 내가 나물 반찬을 하지 않아서 냉이를 먹은 기억이 가물하다. 오랜만에 냉이 향을 맡으니 머릿 속까지 향긋해진다. 채소는 아삭거리는 식감 때문에 먹는 거라고 여겼는데,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냉이 무침을 먹고 보니 맛있는 나물 반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주변에서 만나는 5,60대 교사들이 나 어렸을 때 냉이 캐서 먹곤 했는데라는 말에 이제 공감할 수 있다. 초등학교 우리 반 아이들은 봄이면 냉이를 캐서 먹는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냉이를 캔 경험이 없기에 교과서에는 학교 정원에 조성된 목련 정도로 봄을 상징하는 식물과 풍경을 알아보라고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실은 2월 입춘과 우수가 지나면 봄이 먼 발치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완연한 봄의 한 가운데에 목련이 피겠지만, 새 학년이 시작하여 볼이 빨개진 아이들이 연두빛이 도는 나뭇 가지를 발견할 때 봄이 오는 것이다. 서울에서 담임 교사 생활을 할 때는 쑥을 캐서 먹는 것도 길거리에 방제약을 치기 때문에 해롭다는 말이 있어, 마트에서 쑥을 사다가 쑥버무리를 해 먹었기 때문에 냉이 캐어 먹기에 만만찮으리라 예상한다.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는 음식 섭취와 생활을 할수록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만 계절마다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듯 하다. 냉이 무침과 냉이 된장국을 먹으며, 이번 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박경아, 3 8)

 

 식당 건물 옆 벤치는 나에게 특별한 장소다. 네모 반듯한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전부인 곳이지만 의자에 누워 햇볕을 쬐거나 차를 마시고 있으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나는 그 공간이 좋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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