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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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일, 8일, 15일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0-04-21
조회수 65

4월 1일 생활글


 

나도 당신의 수를 읽고 있다.(공아민, 41)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 말은, 종교가 결속을 만들었고, 비로소 인간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읽을 수 있다. 인간이 뭐라고, 하나님씩이나 되는 분이 자기 형상대로 낳아야 할까.

아무튼 신은 죽었다. 내 마음대로 죽인 게 아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후반부 복수극처럼, 앞선 사람들이 너무 살벌하게 쑤셔서.

S#141. 세현 누나: (아빠를 붙잡으며) 아빠! (도끼 든 팔을 꼭 붙들고) ..아빠..우리가 끝이 아니잖어, 은주 할머니두 계시니까..? ?

뒷사람도  생각 해주지,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 그런 마음이었는데. 가끔씩 나를 지켜보고 두는 수가 보인다. 여기까지 오게 한 계산도 다 못 읽었는데.



코로나에도 농사는 계속 된다 (방효신, 329)



코로나19에 걸린 31번째 확진자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다고 보도되었을 때, 풀무학교 전공부 예비소집에 참여했다. 현재 확진 환자 9,538, 격리해제 5,033, 사망자는 152명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첫 화면 기사제목은 코로나19 확진 66만 명, 사망 3만 명이다. 그럼에도 홍동에서 농사 배우기는 계속 된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도 개교한 학교는 전국에서 우리 뿐이라고 얘기했을 때, 전국의 유치원과 초··고등학교의 개학이 추가 연기되었다. 서울 초등학교에 있었다면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무력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전공부에서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작물을 공부한다.

3천 명이 사는 홍동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전공부 언덕에 올라오는 순간부터 손 소독제가 필요 없고, 감기에 걸린 사람조차 없는 생활관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숨을 쉰다. 2020년의 주제어는 코로나가 될 것이 분명한데, 코로나로부터 가장 상관없이 생활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음식점에 사람이 없고, 회사에 나가지 않아서 일상이 안 굴러간다지만 홍동에서는 날마다 할 일이 있다. 그러고 보니 1, 4차 산업이라 불리는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코로나 감염증에 걸리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밥을 먹고 택배 주문을 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경제가 안 굴러가느니, 원인을 파악해서 대책이 세워야 하고, 힘내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들이 홍동 전공부에서는 실감이 안 난다. 내 일이 아니라서 불안하지도 답답하지도 않고 짜증도 안 난다.

일상이 평범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홍동이 유기농업, 협동조합, 귀농·귀촌 운동을 주도해왔기 때문일까? 전공부에서 축산을 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일소공도를 실천하기 때문일까? 날마다 일하고 공부하면서 청정 지역으로 피신한 시간을 만끽하겠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홍동을 충분히 겪고 배워 보겠다.



엔진톱 (황동하, 331)



요즘 엔진톱을 자주쓰게된다
창고에는 엔진톱이 5정도있다. 나는 그중에서 제일좋은거, 제일 가벼운걸 쓴다.
그래서 항산 같은것만쓰게된다
저번에나무를 자르다가 불꽃이 튀었다...나문데...
알고보니 나무에 못이 박혀있었다.
문쌤이 못보셨겠지?? 나는 순간겁이났다.
그 이후부터 나무가 잘 안잘린다.
시간나면 엔진톱을 한번 싹 정비해야겠다 



이런 하루 (한현수, 331일 저녁 720)



6시 명상하고

7시 산책하면

오서산 자락과 홍성읍내가 눈에 꽉차게 맑아 보이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트랙터 소리 들리고

소똥 냄새와 봄냉이 싱그런 내음이 맡아지고

8시 아침나눔

8시반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침먹고

9시 공부시작

12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점심먹고

1시반 오후 실습 시작하면

끝없는 쪽파밭 잡초제거에 해가지고

쑥캐는 재미에 해가지고

참먹으며 떠는 수다 재미지고

고구마온상 흙퍼내며 땀이지고

하루해가 진다



참 좋으다



기브 앤 테이크(?), 아마 테이크 앤 기브. (조은석, 331)



 전공부에서의 시간. 한 달이 조금 지났다. 학교의 풍경이 어색하지 않다. 매끼 식당에 모여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해졌고, 선생님과 동기들, 그리고 선배들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슬슬 적응하고 있는 걸까. 그런것 같다. 반복되는 것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전공부 학생이라는 신분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무엇을 걱정하나. 그리고 걱정해서 무엇할까나. 차라리 그 시간에 짐이라도 한번 더 거들어주는 것이 맞으려나. 너와 함께 산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기에 열심히 살아야겠다.

 어느 순간 보니 글의 목적과 방향을 잃었다(원래 목적을 정해두고 쓰던 글이 아니지만 말이다). 심지어 글을 쓰다보니 생략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냥 결론을 쓰는 것이 나와 독자에게 좋겠다.

 나는 이곳의 생활에 만족하며,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중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헤어리비치 (정한빈)



헤어리비치들이 모인 곳에 내 몸을 맡기고 누워본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것 보다

더 편안하고 푹신하게 느껴진다.

헤어리비치들이 모인 곳에 내 시선을 낮추고 바라본다. 어떤 평야와 초원보다도

더 청량하고 푸른빛을 낸다.

헤어리비치들이 모인 곳에 내 코를 가져다 본다. 많은 향수의 향보다 더 자연스럽고

향긋한 풀 냄새가 난다.

헤어리비치는 참 여러모로 나에게 좋은 기분을 들게 해주는 식물인 것 같다.


. 근데 헤어리비치야. 쪽파가 잘 자라야 하니까 밭에서 나와줄래.



편지 (박경아, 3 31)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주저리주저리 나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먹는 것, 내가 보는 것, 내가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으니까, 짧고 간결하게 쓰려던 의지와는 달리 점점 장황하게 글을 쓰게 된다. 쑥스러워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메신저로 다 전달할 수 없었던 내 감정들도 오롯이 편지에 적어 보낸다.

 나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나 보다.


 

48일 생활글



고구마의 아름다움 (방효신, 46)



지난 달 26, 가생이 하우스 오른쪽에 고구마 온상을 만들었다. 땅을 파고 볏짚, 소똥, 낙엽을 깐 뒤, 물을 충분히 준다. 파낸 흙의 절반을 덮고 싹이 난 종자용 고구마를 가지런히 놓았다. 순간, 2학년 희주가 고구마들을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덕분에 맞은 편에서 같은 각도로 고구마 온상을 보았다. ‘,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자색 고구마에서 흰색 줄기와 보랏빛 싹이 돋아난 색감은 아름다웠다. 세상 처음 보는 아름다움이었다. 서쪽으로 해가 지고, 그 빛이 하우스 창문을 통과해서 고구마 싹을 비추고 있었다. 고구마 위로 살짝 그림자가 졌고, 안정감 있게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자연이나 풍경을 보며 감탄할 때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하는데, 고구마 온상을 보며 그림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었다. 1분 만 지나도 달라질 것 같은 그 색감과 찰나를 느끼며, 작물의 상태와 햇빛과 시간대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자주 봐야겠다 싶었다.



깨달음의 테두리 (공아민, 46)



138억 년 전에 미술관이 열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개관은, 관객은 없고 액자만 무성하게 날아다녔다.

이 미술관은 평생을 써도 다 못 보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터벅터벅 걷는 게 좋다.

(생략)

, 저기 어디서 본 것 같은 나선팔이 보이는 것 같다. 다가가, 얼기설기 붙여놓은 이름표를 읽는다.

우리 은하 전시관

여기서 뭔가 찾아야 할 게 있는 느낌이 든다.

(생략)

일부러 길을 잃어, 한참 헤매니 태양계가 보이고.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봐야 지구가 있다.

(생략)

그 곳, 여기에 찾던 그림이 있다. 비닐하우스 옆에서 고사지 정리하는 사람을 담은 그림인데, 붉은 색 옷을 입고 있으며, 머리도 짧다.

레이크, 전지가위란 도구를 쓰며 걷어내는 일을 하는 동작에 여러 액자가 지나간다.

(참고로 여전히 미술관은 뻗어가고, 액자는 여기 저기 날아다닌다. 동시에 액자가 겹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순서를 만들어 그림을 감상해보자.)

 그 사람만 들어갈 정도의 액자와 만날 때, 그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머리만 들어갈 정도의 작은 액자가 스쳐갈 때엔, 계획이라는 걸 그리고 있다.

도구를 손에 잡고 있고, 일이라는 걸 하고 있지만. 집중하지 않는다. '생존하기 위해 어떤 길이 옳을까.'

결국 나중에 다가올 직감과 충동에, 좋은 선택의 근거를 만든다는 이상한 이유를 붙이지만. 그냥 머릿속이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는 거다.

 그러다 어떤 액자가 지나간 걸까. 방금 전 이야기를 들었던 창업생의 삶과 지금의 함께 일하는 삶이 맞물리는 그림이 그려지고.

경제(Economy)를 살림살이(Oikonomia)와 돈벌이(Chrematistike)로 구분해, 살림살이 아래에 돈벌이를 두었던 꼼꼼한 사람의 말이, 드디어 방문을 두드려 찾아왔음을 알린다.

당위를 주장하는 명제가 아닌, 삶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그런 삶을 지향하는 관계망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림을 만드는 액자.

 그림에 얼마나 의미 없어야 하는, 공간이 들어가야 하는지. 온전한 느낌은 어떤 모양의 액자 속에 있을 때의 그림인가 바라본다.

가끔씩 알맞다 싶은 느낌으로 지나가는 액자를 기다리기만하지 않고, 찾아나설 수는 없을까. 기다려야 한다면, 소리 높여 여기서 찾는다고 애써야 하나. 그러면 액자에도 귀가 있어 들어줄까.



파미네이터(Farminator) (조은석, 46)



 팔괘리 비닐하우스 안에 고추를 심기로 하였다. 고추를 심기에 앞서 퇴비를 주기 위해 팔괘리로 향했다. 일하러 가보니 트랙터 두 분과 퇴비살포기가 달린 경운기 한 분이 일하고 계셨다. 잡다한 것들이 묻어 지저분해 보이는 외관, 일을 시작하면 생기는 큰 소음, 일을 꼼꼼하게 잘 못하는 투박함까지.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아무도 그분들을 무시할 수 없다. 세 분이 지치지도 않으시고 그 넓은 하우스를 불평 한마디 없이 일하셨다. 그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노동력을 가진 나는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조그마한 일감을 찾아다녔다. 별 힘도 안 썼지만 벌써 오늘의 실습은 끝난 후, 많은 일이 진행되었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말. 어찌 보면 오늘이 그랬다. 땀 흘리는 농부는 없고, 농장노동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하나도 밉지 않았다.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안도했다. 개인적으로는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에 하는 상황보다, 그 상황을 고마워하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어떻게 살까. 왜 농사를 배우러 왔을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미. 그래 중요하다 의미. 아직 시간이 넉넉히 남았으면 좋겠다. 아직 헷갈리는 것들을 정립할 시간이 내게 필요한 것 같다. 전공부에 살면서 천천히 좀 정리해봐야겠다.



기계 (황동하, 47)



기계는 사람이 할일들을 더 쉽고 빠르게할수있어서 좋다. 사람 여러명이 오랜시간에할일을 기계 하나가 단숨에 해버린다.
하지만 기계는 사람을 다치게할정도로 위험하다.
결국 하고싶은말은 모두들 조심하세요.





굽어보게 하소서 (한현수, 47일 밤 11)



얼마전까지 푸른하늘과 떠오르는 태양과 오서산 산자락과 저멀리 홍성읍내 아파트 라인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번 예이샘이 추천해준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가 시작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하나둘 산야초 혹은 잡초의 세계에 입문하고야 만것이다.

~ 이게 그 잡초 아니 개망초로구나. 이건 별꽃, , 쇠비름,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꽃, 광대나물, 지칭개... 우리 학교안에 이 모든 친구들이 다 있을줄이야... 그것도 매일다니는 모든곳에.



먹을 것 아닌걸 찾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길을 갈 때 앞을 보지 못하고 좌우를 희번덕거리며 다니고, 풀밭에선 함부로 걷지 못하게 되었으며, 하늘이 아닌 땅을 굽어보게 되었다.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무수한 존재들, 그들의 몸에 기대어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나란 존재.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님들을 영접하러 칼을 차고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굽신굽신거리며 다니고 있다.



나물 캐기 (박경아, 4 7)



 전공부에 온 뒤로 냉이, , 참나물 등 다양한 나물을 캤다. 이름을 몰라서 지나쳤던 풀들 중에서도 식용이 가능한 식물이 꽤 많아서 나물만 캐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싶었다. 당장 내 주변 바닥만 봐도 먹을 것 투성이인데, 크게 힘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나 쉽게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물을 캐면서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자연스럽게 알아 가는 것 같다.



위험하다 위험해 (정한빈, 48)



팔괘리 하우스에 퇴비를 뿌리기위해서 경운기에 퇴비분사기를 달아왔다. 분사기에 퇴비를 넣고 운전을 시작하니 '털털털'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퇴비를 분사기 입구 쪽으로 밀어내기위해 체인이 돌아라는 소리가 '철컥 철컥' 나는것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소리 같았다분사기가 뿌리는것이 사람들이 퇴비 더미를 삽으로 일일히 뿌리는것 보다 훨씬 빠르고 고르게 뿌려진다.

 저번부터 느끼는거지만 농기계의 위대함에 감탄을 자아내는 중이였다. 딱 첫 직진까진 그랬다. 이후 다시 돌아나오기 위해서 경운기를 돌려야했는데 그때부터 참 말썽이였다.

 그 경운기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참 안돌아갔다. 2-3명씩 붙어서 밀고 당겨야 그제서야 밍기적밍기적 돌아갔다. 작업내내 방향전환에 애를 먹었다.

 그렇게 감탄과 애탐의 작업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 사건이 일어났다.

 두대의 트렉터와 한대의 경운기, 그리고 트럭 한대를 학교로 가지고 돌아가야했는데 트렉터는 문쌤과 신웅이형이, 트럭은 현수형님이 운전을 했다. 그리고 경운기는 동하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약간 쌔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신웅이형이 운전하는 트렉터 뒤에 추레라에 타고 갔는데  트렉터 사이에 동하가 운전하는 경운기를 두고 길을 갔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 내내 동하가 운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갔는데 뭔가 모르게 경직된 동하의 모습이 걱정되면서도 귀여웠다. 그렇게 학교로 올라오는 경삿길을 마주했고 신웅이형의 트렉터가 앞서 길을 올라가 경운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문쌤도 경운기가 먼저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동하의 경운기가 경사를 올라오는데 갑자기 경운기의 앞쪽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멈추더니 내 시야에서 경운기와 동하가 사라졌다. 순간 머리에서 생각이 멈췄다. 3초뒤 상황판단이 되서 트렉터에서 뛰어내려 동하가 사라진 곳으로 갔다.

거기서 내가 마주한 모습은 당황한 동하의 모습과 앞쪽은 수로에 빠지고 뒷쪽은 길과 수로 사이에 걸터져 있는 경운기였다.

이후 문쌤이 트렉터와 바를 이용, 수로에 빠진 경운기를 건져냈다. 정말 불행중 다행으로 동하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경운기도 부러지거나 손상이간 부분이 없었다. 다만 걱정이 되었던 것은 동하가 많이 놀란듯 했고 자신이 다친것보다 잘못했다는 생각에 기가 많이 죽을까봐 걱정이였다워낙 일하는데 있어서 자기몸을 사리지 않던 동하였기에 한번 다칠것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막상 또  내눈앞에서 일이 일어나니 나 또한 많이 놀랐다. 그래도 그 운전하던 사람이 그나마 익숙하게 운전을 잘 하던 동하였기에 그정도로 끝났다고도 생각한다. 나였음 뒤로 미끄려저 내려가는 순간부터 이미 몸이 굳어 그대로 끝까지 떨어졌을꺼라 생각한다.

 하여튼 놀란가슴을 진정하고 실습을 마무리했고 경운기를 다시 학교창고 앞으로 은돌이가 옮기는데 또 한번 오르막에서 경운기가 미끄려저 내려왔다문쌤께서는 "너희 경운기 운전 다시 라며 약간의 호통을 치셨는데, 문쌤이 운전해 올라갈때도 경운기의 방향클러치는 지멋대로 회전을 했다. 그래도 문쌤이셔서 무난하게 올라갔다.

이후 신웅이형, 동하, 은돌이랑 트렉터와 경운기 그리고 각종 농기계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정말 난 '조심해야지, 안다쳐야지'라는 생각 밖에는 안들었다난 그래서 내가 겁이 많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그래도 나도 많이 다치는 편인데, 겁까지 없었음 더 많이 다쳤을 것이다. 요즘 농기계의 위대함에 늘 감탄만 했는데 이일로 인해서 경각심을 강하게 새기고 다행이 나도 농기계보다는 나은점이 있구나 하면서 안도감과 위안을 얻었다.

어후... 정말 위험하다 위험해.




415일 생활글



퇴비장에서 (공아민, 49)



퇴비를 만들었다. 순서대로 가져와서 붓고, 쇠스랑을 써서 펴고, 비닐을 덮었다.

일하면서 뭔가 보이는 걸 말하려고 해도, 그림을 그리듯이 쓰는 것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른 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가학적인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라, 날카로운 감각으로 저미는 도마에 올라보고 싶으면

감당할 수 있을 때,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된다.

더하고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다.)


나도 짧게, 객관화, 비유 삭제하고. 있었던 일만 쓰면 술술 쓸 수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안 해본 게 아니라, 그렇게 해보니까.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있는 그대로 알면, 다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상처 주면, 결국 돌아온다.

자기밖에 모르는 나쁜 놈 못하는 이유는, 안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안 맞아서 못하는 거다.

나도 이명박 같은 종자들처럼, 타자에 대한 감각이 삭제가 가능해서,

돈만 밝히고 사는 인간으로 살 수 있으면 편하겠다. 그게 안 된다. 그것도 재능이기 때문이다.

다섯 줄 넘었는데 조금만 더 쓰자. 일하면서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들하고 서로 안 불편하려고, 나름 신경쓰며 노력하는 것들이 더 힘들다. 조심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집에서 부쳐준 불상이 도착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108배를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스스로 자세를 낮추려고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하면서 혼자 계속 되새김질한다.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하자.

그게 곧 남에게 불필요한 상처주지 않을 길이니까.



퇴비 만들기 (방효신, 413)



지난 주 목요일, 전공부 오후 실습으로 퇴비를 만들었다. 식사당번이라 조금 돕다가 나왔는데, 날이 저물도록 퇴비를 만드는 작업이었고 고되 보였다. 탄소성분인 검불과 고사지, 쌀겨, 낙엽, BM 희석액, 부엽토, 소똥 순서로 반복해서 쌓고 가장 위에 비닐로 덮는다. 전에 우사로 썼던 건물을 기둥과 지붕만 남기고 칸막이와 쓰레기를 미리 치워 두었는데, 바닥부터 쌓아서 천장에 닿을 때까지 산처럼 쌓았으니 양이 꽤 되는 일이었다. 덜 부숙된 소똥이었지만 냄새가 심하지 않고, 트랙터로 재료를 계속 옮기니 작년보다 덜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교사 대상 연수에서 퇴비장 설계와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 고학년 담임을 맡으면 급식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학교 텃밭에 미니 퇴비장을 한 번 만들어볼까 싶었던 생각이 났다. 여러 사정으로 저학년 담임을 연달아 맡으면서 학교 텃밭 전체 운영하기도 벅차다는 핑계로 퇴비장 아이템은 나중으로 미뤘는데, 내년에 학교에 돌아 가서 퇴비장을 만들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 냄새 난다는 민원 발생이 가장 문제인데, 어디 가나 똥 냄새 비슷하면 인상부터 쓰이게 마련이다. 학교 예산으로 친환경 유박이었는지, 덜 부숙된 퇴비를 사서 3월 중순에 텃밭에 뿌렸을 때 학부모로부터 거름 냄새 언제 없어지냐는 문의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주말 텃밭을 하던 행정실장이 노련하게 대처했지만, 이후 잘 관리되지 않은 다른 학년 텃밭 상자가 파리의 발생지가 되고 그걸 대신 처리하고 나니 서울 한 복판 초등학교 텃밭이 선순환 가능한가싶은 의구심 마저 들었다. 썩는 냄새와 파리 등 퇴비장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래도 시작은 해 봐야 하나, 아마도 시작할 것 같다. 이것 저것 따지면 학교에서는 뭘 시작할 수가 없다. 이제 학교 텃밭도 보편화 되어, 관행농으로 하는 텃밭은 어지간하면 구색을 맞추는 분위기이다. 유기농 학교 텃밭!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면 체험의 장소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학교 텃밭을 일궈야 겠다. 내 삶의 일부로, 우리 반 학생들의 삶으로.

땅콩 까기

-정한빈- (4.13 월요일)

종자용 땅콩을 깐다.

2kg를 까야 한다.

하나둘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깐다.

우리의 이야기가 흘러간 만큼 시간도 흘러간다.

어느새 한 바가지, 두 바가지가 채워진다.



종자용으로 쓸 것, 우리가 먹을 것으로 분류한다.

크기가 크고 색이 진한 것, 그리고 상태가 깨끗한 것을

종자용으로 골라준다.



? 뭐지? 분명 우리가 깐 땅콩의 양은 세 바가지였는데?

골라내고 나니 왜 반 바가지도 안 되는 거지?

그래도 희망을 품고 무게를 재보았다.

? 0.5kg?



우리의 노력과 시간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아아허탈함이여.



0414 1시 한현수



<합창 수업>

수업 첫시작.

종을 울리며 자신의 현재 마음상태를 체크인하며 나눔하는 것으로 시작. 이어서 노래 합창.

누구에게는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



수업 마무리.

노래 부르기자기 표현하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최악의 조합이라고 고백.

콩나물이 어떤 표시인지, 4분의 4박자가 뭔지 난 모른다. 학교다닐때도 음악수업은 싫었고, 그래서 더 관심이 없었고... 더구나 자신의 상태를 시작과 끝에 두 번이나 표현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시간이 지나며 노래를 같이 부르니 묻어갈수 있어서 일단 아주 조금 안심이었고, 자신의 현재 상태를 늘 체크하며 나눔하는 문화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조금씩 적응되는 듯 했다. 합창이 위주가 아닌 다양한 자연의 소리 듣기, 자연물로 노래를 만들고 녹음해서 함께듣기, 몸으로 표현하기등 모두가 소리와 표현이 함께 녹아있는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다만 그 강도가 조금 약해졌을뿐. 하지만 그 시간의 나른함을 즐기는 순간도 늘어나고, 다른 사람의 노랫소리도 간간히 들을 수 있게되고, 꼭 잘부르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도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난 왜 이렇게 노래부르고 자기 표현하는게 부담스럽고 서툴까?



스마트폰 (황동하, 414)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정보를준다.
하지만 우리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간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이없으면 심심해서 어쩔줄몰라한다.난 다행히 스마트폰이 없어도 할게많아서 좋은거같다 





아무도 모르는 쉼(조은석, 414)



 잘 일하면 잘 쉬어야지. 그치. 잘 일하면 잘 쉬어야지잘 쉬어야 내일 또 일을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일, 좋은 휴식을 취해야하는 이유이다. 인간은 물론이거니와 두더지, 뱀과 같은 동물들과 개미나 사마귀 같은 곤충들도 그렇다. 아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식물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식물들도 휴식을 취해야할까? 궁금증이 생겼다. 이어지는 궁금증 하나. 식물의 휴식은 어떤 것인가? 어떤 것이 식물의 휴식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인간은 좋은 휴식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소비한다. 잠을 잘 자려고 좋은 침대나 이불 같은 것들을 사고, 여행을 떠나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안마기, MP3, 각종 맛있는 음식 등등 잘 쉬려고 너무 많은 것들을 기꺼이 구매한다. 보통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게도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농부는 자신이 기르는 작물에게 어떤 휴식를 제공할 수 있을까? 나에게 적용하자면, 나는 내가 기르는 작물에게 어떤 휴식를 제공할까?

 없는 것 같다. 나는 식물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까. 훌륭한 먹을거리가 될 까만 생각했다. 내가 작물에게 했던 것들은 다 성장을 재촉하는 것들이었다. 물을 주고, 퇴비를 주고, 석회도 뿌리고, 따뜻하게 해주고, 잡초들 제거해주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쉴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당연히 좋은 휴식을 주는 방법, 따위는 전혀 모른다.

 어느 드라마가 생각났다. 스카이 캐슬이었나? 그 드라마에는 자식에게 최고가 되어야한다고, 너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숨 쉴 틈 없이 압박하는 부모가 있었다. 나랑 닮은 것 같았다. 더 예쁜 작물이 되어야 한다고, 더 맛있는 작물이 되어야한다고 쉴 틈 없이 압박하는 나와 닮은 것 같았다. 내가 작물이었다면 압박감과 조바심에 정신이 온전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대들은 무엇을 하면서 쉬나요? 휴식을 취하기는 하나요?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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