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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2년 1학년 생활글(봄을 기다리는 시간 외)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2-03-25
조회수 62

324일 생활글

 


봄을 기다리는 시간(장하든든, 322)


홍동은 다른 지역보다 봄이 느린 듯하다. 산내는 매화가 활짝 피고, 마산도 목련과 동백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인데, 이곳은 아직 꽃봉오리가 통통히 차오르는 중이다.

내 방 창문 가까이에는 꽤 큰 목련 나무가 있다. 일어나면 창 앞에 서서 꽃봉오리의 끝을 노려본다. 털이 보송보송하고, 크기는 내 엄지손가락만 하다. 그 끝은 평생 벌어지지 않을 듯 견고하게 닫혀 뾰족이 하늘을 찌른다. 사실 평생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감상은 내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꽃잎이 펼쳐질 날을 기다리지만, 기다림-매일 아침 이마와 코끝에 닿는 서늘한 냉기, 힘차고 당당하게 서 있는 꽃봉오리, 마음껏 상상해보는 만개한 목련-이 좋기도 하니까.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봄이 조금은 더 천천히 왔으면 하니까.

329, 내 생일을 엄마는 봄물이 차오르는 때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받고 나서부터 봄을 상상하면, 아래서부터 찰랑찰랑 차오르는 생명의 기운이 그려진다. 이미 땅을 적신 봄물이 발끝을 간지럽힌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사색(김민, 322)

 

나는 오랫동안 궁금한 게 있어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끝에는 알 수 없다. 그 생각의 주제는 바로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있어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뭘 해줬다고 이익이 없는 짓을 할까? 라고 말이다.

예를 들면 난민 후원하는 단체에서다. 자신 혼자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을 도울까 열심히 번 돈을 소량이라도 왜 도와줄까 하고 말이다. 남이다. 심지어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도와줄까 이해가 도저히 안 된다. 남을 도와주는데 이익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도와줄 수 있는 걸까 따라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다. 시간낭비다. 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얼추 맞출 뿐이지 그 본질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비정상인가 정말 우울해진다. 그래도 최대한 공감 할려고 노력할 것이다.

 

 

밭 탕(김지영, 322)

 

양파는 족욕

무는 반신욕

고구마는 전신 사우나

그 정도 깊이였다.

 



당연한 일상들(김민, 312)

 

생각을 해보면 우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갚진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사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피고 옷을 갈아입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밖에 나갈 채비를 하고 나와서 사람들과 애기도 나누고 소통하며 일을 하거나 같이 배우고 이 당연하게도 우리의 곁에 있는 평범함이 우리를 유지 시켜준다. 소박할 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 일상은 행복은 누구나 원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 이런 삶을 감사하며 살아갈 거다. 하루하루 이기적에 감사하며 말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찌하시는지 궁금하다.

 

새봄(김지영, 316)

 

비가 땅을 두드렸다. 비가 봄의 문이 열어줬는지 새로운 싹과 순이 자라는 게 눈에 띈다. 무엇이 필 준비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나뭇가지에 올망졸망 달린 순이 귀엽다. 어떤 얘는 죽순 같은 생김새에 끝이 붉다. 긴 줄기에 붉은 눈이 수백 개. 카메라만 초점을 못 잡는 게 아니라 나도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아는 꽃나무는 목련뿐인 것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주머니 같은 목련봉우리를 며칠째 보고 있다. 항상 피기 전과 만개, 진 후 바닥을 덮은 3가지 상태만 보았는데, 그 사이의 모습이 궁금하다. 껍질이 까진 것 같은 목련, 봉우리 옆에 뿔 같은 것도 있네. 멀리서 보면 대파꽃 같기도 하다. 언제 꽃 피우면 좋을지는 목련이 제일 잘 알겠지?

꽃 대신 잎으로 자기 존재를 알리는 식물도 있더라. 둥근 잎이 시원시원하다. 처음 그 식물을 본 날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조화 같아!’라고 말했다. 가짜 꽃 같다고 말한 게 좀 신경이 쓰인다.

조금씩 주변 풍경이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여기엔 색이 입혀지려나, 또 어떤 생명이 자랄까

곧 머뭇거림 없이 봄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감자심기(장하든든, 315)

 

나는 몰랐다.

리드미컬이라는 단어는

밭에서 가장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것.

 

. . .

한 걸음씩 나아가며 괭이질을 한다.

. . .

일정한 간격으로 구덩이가 생긴다.

 

농사가 그 무엇보다도

운율적이고,

율동적이며,

리듬이 있다는 것.

이제야 알았다.





2022년 생활글(310)

행복은 언제 오는가(김민, 3/6)

 

행복은 언제 오는가라고 질문을 받는 당신 과연 뭐라고 대답할 것 인가?

난 이 질문을 받았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행복이란 나 자신에게 어느 욕망이 충족되고 가족이 나를 신뢰할 때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 과 느끼는 곳 그리고 가치관이 다르게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 맞춰가며 이해하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만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냉이와 시금치 캐기(김지영, 3/4)

원예하우스 앞 밭에서 냉이와 시금치를 캤다. 시금치 아래로 칼을 집어넣어 밑동을 잘라줬다. 시금치 뿌리를 다 도려내고 아픈 잎들을 덜어내며 다듬는다. 식당에서 씻어 바로 요리에 사용하기 좋게 밭에서 손질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시금치는 추위 때문인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먹을 부분보다 걷어낸 부분이 더 많았다. 시금치는 밭 곳곳에 축 늘어져 있는데 다듬을 부분이 적은 것을 찾으려 애썼다.

냉이를 처음 알아봤다. 두부까지 들어간 냉이된장국을 좋아한다. 그 흙 내음을 담은 향기와 맛은 즐기면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남이 캐다 준 냉이만 먹고 살았더라. 산이가 캐 준 냉이를 손에 쥐고 비교해가며 땅을 살폈다. 그냥 풀 같은데 헷갈리면 킁킁 냄새를 맡았다. ‘, 냉이다!’ 냉이임을 확인한 후 잔뿌리와 상한 잎을 정리했다. 다 손질한 냉이를 봉지에 담았다. 냉이 김밥, 냉이된장국, 냉이가 들어갈 요리를 생각하며

든든이가 냉이 페스토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한다. 그럼 냉이를 더 많이 캐야 하는데 영 자신이 없다. 오도쌤이 냉이는 혼자 다르게 생겨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데. 나는 한참 헤맸다. 그냥 그 자리에 없나 싶다.
그래도 계속 보니 이제 뭐가 냉이인지 알겠다. 민들레랑 닮았다.
냉이 한 줌을 캤다.

 

새 산책(김지영, 3/8)

점심을 먹고 실습 전까지 여유 있을 때는 학교 주변을 산책한다. 보통은 생활관 옆 내리막길로 내려가서 새소리를 따라 가공실 쪽이나 목공실 옆길로 걸음을 옮긴다. 항상 옆에는 참새들이 있다. 수다쟁이 참새는 떼로 다니니 소리도 배가 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잘거리는 모습은 언제라도 계속 보고 싶다. 걷는 거리는 짧은데 새를 보느라 자주 걸음을 멈추어 시간은 좀 걸린다. 새 덕분에 걷고, 나무를 보고, 햇볕 아래 바람도 맞고, 주변을 살피게 되니 전하지 못할 고마움이 있다.

마른 덤불 사이를 누비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만났다. 붉은 갈색 털에 어릴 적 곧잘 그렸던 귀여운 새와 닮은 외모를 가졌다. 울음소리는 작은 체구와 달리 걸걸하다. ‘찌르르, 찌르르소리와 함께 검은 물결이 지나가면 오목눈이였다. 저 작은 몸에 분홍색, 검은색, 흰색 털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작다. 오목눈이를 볼 때마다 자연의 신비를 생각하게 된다. (인체)이 움직이는 게 생경할 때와 비슷한 놀라움이다.

피유피유피유피유피유작은 사이렌 소리가 있다면 이렇게 들릴까? 쇠박새가 그리 운다. 실습할 때 가장 귀에 익은 소리다. 쇠박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단순한 작업을 할 때가 참 좋다. 쇠박새는 박새 닮은 몸에 검은 모자를 썼다. 생활관 내 방 앞에서도 열심히 울더니 금세 응접실 쪽 텃밭에 자리 잡고 논다.

학교가 있는 동산에는 오색딱다구리도 산다. 본관과 원예하우스 사이에서 종종 딱다구리의 소리를 듣는다. ‘드 르 드 르드ㅡ득갇드득홀린 듯 그 소리를 눈으로 좇는다. 주문에라도 걸린 듯 걸음을 떼기 어렵다.
낮이고 오후이고 혼자 구슬픈 목소리로 우는 멧비둘기에게는 정이 간다. ‘---목청도 좋다. 생활관 내 방 창문 정면의 나무에 오후 즈음 되면 멧비둘기가 앉는다. 늘 같은 녀석인지는 모르겠더라.

전에는 눈으로만 새를 봤었는데 이제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보지 않고도 어떤 새가 거기 있다는 걸 소리로 알게 된다. 새를 찾기 위해 애쓰지 않고 다른 마음으로 함께 존재함을 느낀다.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는 관찰하고 기록하기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관찰의 시작은 이름을 아는 것일 수 있겠다. 새의 이름을 호명하고 관찰하면서도 아끼며 늘 꺼내어 보는 말이 있다.

내게는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디선가 꽃이 피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곁에는 항상 새가 있었다. 이 동네 새들은 어떻게 사는지. , 여름에는 또 어떤 새가 여기서 살아갈지 궁금하다.

 

심기 명상 (장하든든, 3/8

 

일정하게 그은 줄을 따라 씨를 뿌리며 생각한다. ‘그래도 씨뿌리기는 재밌는데, 다 완성한 요리에 깨를 솔솔 뿌리는 기분. 생명을 심는다는 설렘이 있으면서도 아주 건조하게 끝나잖아.’ 그러고는 속으로 아주 진득하고 재미없는 심기를 떠올린다. 양파. 양파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밭에서 뛰놀았다. 아빠가 쇠스랑 하나로 100평이 조금 안 되는 밭을 일구고 엄마는 정구지며 상추며 파릇파릇 올라온 푸성귀들을 뜯을 때, 세 자매는 호미로 파낸 구덩이 앞에 쭈그려 앉아 어떻게 해야 이 함정이 끔찍해질지 고민했다. 밭에 다녀온 날은 밥상이 풍성하고, 모기에 물려 팔이 근질거렸으므로 나는 밭을 조금은 좋아하고 조금은 싫어했다.

우리 밭에서 나온 식량들은 모조리 맛있었다. 감자는 더욱 푹신하고, 배추는 꼬소하고, 정구지는 야들야들 향긋했으며, 양파는 맵지 않고 달았다. 그것들을 먹으며 자랐다. 나중에 구덩이가 아닌 이랑 앞에 쭈그려 앉아서 호미질을 할 즈음, 그때 내 일은 대부분 무언가를 심는 일이었다. 김매기는 지루하고 수확은 어려웠기에.

땅은 축축하고 가녀린 양파 모종은 힘이 없다. 윙윙거리는 날벌레 소리가 짜증을 돋운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러본다. 진도는 더디다. 하나하나 심는 감각이, 모든 행동이 선명하다. 진득하고, 재미없는 심기였다. 문득 명상 수업이 생각난다. 정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만이 명상이 아니라고, 어떤 순간이든 나의 행동과 생각을 알아차린다면 그게 명상이라고 진달래는 말씀하셨다. 걷기 명상을 한 날도 떠오른다. 한 걸음씩 내디디면 신발 아래서 굴려지는 모래알, 다음 발걸음을 위해 발에 무게를 싣는 느낌 같은 것이 또렷했던 그 날.

생명을 심는 여러 순간을 기억한다. 얼마나 생생히 촉감을 느꼈던가. 얼마나 세심히 손끝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때 드는 생각을 살폈던가. 푹신한 흙과 여린 잎의 파릇한 향기, 멀리서 아빠가 거름을 뿌리는 소리를 알아차렸다.

 

3월이다. 아직 심기 명상을 할 날이 많이 남았다.   

첨부파일
3월 24일 생활글.hwp
3월17일 생활글.hwp
3월 10일 수업 생활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