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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15일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19-05-22
조회수 47

이 글을 보게 될 엄마와 아빠에게 (190515, 조희주)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곳에 다녀간 지 이틀이 흘렀어. 나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도 하고, 엄마와 아빠가 가져다 준 여름옷도 빨았어. 일요일이었던 어제는 밀린 음악도 듣고 오랜만에 뜨개질도 했어. 그러다가 낮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동기와 밭일도 조금 했어. 저녁을 먹으면서는 맥주도 한잔했다. 여기까지는 아마 엄마와 아빠가 집에서 보던 내 모습과 비슷할 거야. 이곳 생활을 하는 내 모습이 조금 상상되나?

오늘은 엄마가 보면 무슨 옷을 그렇게 입냐!’ 라고 말할 것이 분명한 차림으로 오후 내내 밭에 붙어있었어. 오늘 한 일은 납작한 호미로 양파 사이사이에 자라난 어린 풀을 긁어주고 길목에 솟아 오른 풀을 뽑아서 밭을 온통 정리하는 일이었어. 사실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밭을 긁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그렇게 아름답지만도 않아. 그래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넓은 밭 김매기가 끝이 나면 어찌나 후련하고 나 자신이 기특한지 몰라. 나는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어.

이번 글은 마지막 생활글이야. 왜냐하면 이제 일학기가 끝났거든. 나도 참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가는 줄을 모르겠어. 내가 이 곳에 이월 말에 왔으니까, 전공부 생활을 한 지 두달 반쯤 됐다. 이곳에 와서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손이야. 그 날 아마 내 손을 자세히 볼 일이 없어서 엄마와 아빠는 몰랐을 거야. 내 손이 점점 땅의 색과 비슷해지고 있어! 손끝이 트면서 갈라지고 마디마디도 굵어지고 있다. 손톱 밑에 흙 때가 빠지는 날이 없어. 흙과 가까이 사는 사람 티를 제법 내고 있는 걸까? 손톱 밑에 끼는 때가 그렇게 싫었었는데, 이제는 그럭저럭 무뎌진 채로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어.

엄마가 몇 번이고 그래서 너는 이제 인천에 언제 올라오냐?’라고 물어봤을 때 내가 확답을 못 줬잖아. 일학기가 끝나면 바로 실습기간이 이어지는데, 이 때는 일과 내내 논일 밭일을 하게 된대. 워낙 학기 초부터 이학년들이 이 시기에 대해 겁을 줘서 나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어. 그래서 언제쯤 올라갈게~’ 라고 시원하게 못 말해준거야. 그렇지만 일이 너무 고되거나 도로시가 너무나 보고 싶어질 때면 과감하게 기차표를 끊고 올라갈게. 새카맣게 탄 내 모습에 촌에서 온 티낸다고 너무 놀리지 말아줘. 그럼 잘 지내! 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을게. 엄마와 아빠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야 해. 주말에 전화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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