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인문
  • Home > customer > 농부와 인문
제목 7월3일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19-07-05
조회수 34

논 김매기 (190703, 조희주)

 

논 김매기를 했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논물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도샘이 준비해주신 아침 참을 먹으러 가는 길에 허둥대다 논장화가 벗겨졌다. 든든히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논에 들어갔다. 고민 끝에 속까지 젖어버린 논 장화를 그대로 팽 두고, 양말만 신은 채로 조심스레 논에 발을 담갔다. 양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논흙의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신고 있던 나머지 한쪽 논장화도 벗어던지고플 정도였으니, 좋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그렇게 논이 주는 다양한 감촉과 냄새, 그리고 피로감에 익숙해져간다.

몇 시간을 논 속에서 물만 보며 물달개비와 여뀌를 뽑고 있자니, 마치 내가 논 생물이 된 것만 같았다. 논에 들어찬 흙과 물, 풀을 세상의 전부로 삼고 살아가는 논 생물들. 과장이 조금 섞인 진실 된 말로, 허리 한번 피지 않고 물을 헤치고 있던 나의 세상도 아주 잠시 동안만은 온통 논으로 가득했다. 그러니 마침 논 생물 조사를 하러 온 아이들에게 여기 논 한 가운데 있는 나도, 우리도 논 생물이란다!’ 라고 말하고 싶은 오지랖 넓은 마음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나름 우습다고 생각한 말이었는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 사람도 결국은 이 습한 땅에서 나는 곡물을 먹고 살아가니 우리도 논 생물이라는 표현이 아주 우스운 소리만은 아니겠구나 싶다.

질퍽질퍽한 그 땅에 내 온 기운을 빼앗긴 듯 잠이 몰려오는 밤이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우렁찬 논 개구리 소리는 오늘따라 유독 자장가처럼 들린다. 여름이 오니 세상 만물은 나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듯 자라나고, 풍성해지고, 푸르러진다. 온통 초록색인 계절의 한복판에서 사람만 이리도 쉽게 지친다. 작물은 농부의 기운을 온통 뽑아서 그걸 양분으로 자라나는가보다. 이제 시작이라는 오도샘의 말을 두려운 마음으로 곱씹으며 서둘러 글을 마무리 짓고 어서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