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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7일 생활글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2-04-07
조회수 70


47일 생활글

 

그냥 바람이 (45, 김민)


바람이 분다.

꽤나 쌀쌀히 낮에 뜨거울 때는 좋지만

오후가 되어서 그런지 점점 차가워진다.

바람이 차다.

그냥 바람이 차서 기분이 묘하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 바람

 

 

완두콩 싹 (46, 김지영)

 

학교에서 채소를 심을 때는 생명역동농법 달력을 살핀다. 달력에는 주로 이용하는 채소의 결실(열매, 뿌리, )에 맞게, 작물을 심으면 좋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어떤 날은 오전 잠깐, 또 어떤 날은 오후부터 밤까지. 지난 달 완두콩을 파종하던 날에는 오후 5시부터 열매의 시간이 시작됐다. 주로 실습은 6시 이전에 끝나니까 일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편이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완두콩 심게 됐다. 길에서 가까운 한 두둑만 오후 5시 이후 완두콩을 심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완두콩 싹이 올라왔다. 한 구멍에 5개에서 7개까지 넣은 완두콩알이 속속들이 흙을 헤쳐 나왔다. 멀리서 봐도 생명역동농법 달력의 시간에 맞춰 심은 쪽이 더 잘 자란 듯 보였다.

 

김매기를 하러 완두콩 밭에 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 두둑은 완두콩뿐 만 아니라 풀도 잘 자랐더라. 작물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땅이 기운을 받은 것일까? 생명역동농법의 원리는 모르지만 막 떠들며 웃을 수 있었다.

 

바다유리 조각 (46, 장하든든)

 

만리포 해변에서 바다 유리를 줍는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 그중 유리가 깨지고 조각나 파도에 갈린 결과다. 이 한 문장으로는 감히 다 담을 수 없이 많은 생명과 물결이 유리를 품고 갔을 것이다. 그렇게 유리는 아주 작고 미세한 유리가루를 바다에 남기고 이리저리 쓸려서 여기로 왔겠지. 이건 소주, 이건 진로, 이건 맥주, 이건 박카스햇빛이 부딪혀 반짝이는 유리는 아름답다. 새삼 이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바다가 경이롭다. 동시에 바다에 쓰레기를 남긴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다. 경이와 환멸은 곧 젖은 모래 위에 쓰인 글자처럼 파도에 쓸려 사라진다. 쏴아아. 쏴아아.



해안가에서 바다가 아닌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은 오래되었다. 바다 유리뿐 아니라 맨들맨들한 돌, 화려하게 반짝이는 소라집, 납작 엎드려 있는 조개껍데기, 적당한 모양의 나무 조각 등 마음에 들면 다 줍는다. 한참을 줍다 봄볕에 뒷목이 따가우면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본다. 머리가 띵하다. 탐욕스럽게 돌을 줍는 내 모습이 어린 왕자에 나온 사업가 같기도 하다. 별을 세고 또 세며 그것을 소유한다 주장하는 그 사람. 내가 이걸 줍는다고 소유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다 다시 쭈그려 앉는다. 허벅지에 묵직해진 코트 주머니가 느껴진다. 가까이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 쏴아아. 쏴아아.

첨부파일
4월7일생활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