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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2일 학생들의 생활글과 서와 시인의 시 한 편
작성자 anti1090
작성일자 2022-04-22
조회수 80

든든이의 저녁식사 (419, 장하든든)

 

오늘 저녁은 혼자 먹었어. 지영과 산은 공부하러 갔고 민이는 집에서 먹는다네. 여섯 시인데 해가 따시길래 그릇 하나 챙겨 밖으로 나갔어. 원예 하우스에 상추가 있어. 아직 작고 여려서 샐러드로 해 먹기 좋겠더라. 솎아내듯 뚝뚝 분질러 담고, 가생이 하우스 쪽으로 가서 지영이 언니가 적당한 맛이라 표현한 삼잎나물도 따고, 딱 먹기 좋을 크기인 머구도 끊었지. 그렇게 게으른 나도 봄나물 앞에선 부지런을 떨게 되네. 어디서 파는 게 아니라 그런가, 아니면 엄마를 닮아가나. 봄이면 마당에서 찬거리를 얻잖아, 우리는. 어릴적엔 저 풀숲에서 어떻게 알고 먹을 것을 골라내는 건지, 신나서 봉지를 채우던 엄마, 아빠가 신기하기도 하고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에 답답하기도 했어. 답사반 여행에서 머구를 보고 심봤다~ 외치던 명이 이모 목소리도 생각나네. 이젠 나도 들에서 먹거리를 구분할 줄 알아. 그들을 만났을 때 환하게 웃을 줄도 알아.

 

혼자 먹을거니 양 채우는 것이 일도 아냐. 설렁설렁 다녀오니 큰 그릇 가득 채웠네. 우선 머구를 씻어 불에 올렸어. 여기는 삼발이가 없더라. 대신 제일 작은 냄비에 손잡이 없는 체를 올리면 딱 입구에 걸쳐 공중에 뜨더라고. 뭘 쪄야 할 때면 그렇게 쓰고 있어. 상추와 삼잎나물도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대충 찢어주고 드레싱을 만들었어. 늘 먹던대로 말이야. 식초랑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매실액, 올리브유. , 발사믹 식초가 있길래 그것도 넣었다. 먹어보니 톡 쏘고 가벼운, 익숙한 그 맛! 머구랑 먹을 간장도 없길래 만들었지. 대충 진간장에 고춧가루 듬뿍, 다진마늘 조금. 땡초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땡초를 안 쓰더라구. 아무튼 머구 꺼내고 남은 반찬 몇 개 더하니 제법 푸짐하더라.

 

늘 앉던 자리보다 창과 가까운 상에 앉아 따뜻한 밭을 바라보며 먹었어. 아직은 뭐가 없어 조금 비어 보이지만 더워지고 작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면 볼만하겠다 싶더라.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으니까 빈 땅도 나름대로 운치 있더라고. 이거 보면 언니는 또 컨셉 잡는다고 한마디 붙일 것 같다. 뭐 어때, 혼자서 잡는 컨셉은 삶의 질을 높이기도 하더라.

 

머구는 전에 먹을 때보다 더 쌉싸름하고 질겼어. 못 먹을 만큼 억세지기 전에 열심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 삼잎 나물은 과연 지영 언니 말대로 적당히 향기롭고 적당히 자기주장을 하더라. 상추도 야들야들 부드럽고 말이야. 혼자 먹는데 외로운 줄도 모르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어. 습관처럼 폰이나 티비를 보며 밥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 역시 뭐든 익숙해지나봐. 아니면 내가 혼자 먹는 저녁 같은 것엔 마음이 허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을지도. 어떤 쪽이든 좋은 변화 같아.

 

그렇게 저녁을 먹고 뜨신 물에 씻은 다음 편안한 옷을 입고 편지를 쓴다. <할머니의 저녁식사>라는 책 알아? 아주 짧은 그림책인데 오늘 많이 생각나네. 할머니는 혼자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낚시를 하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 그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할머니는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고 행복해보여. 반복되는 매일이 권태로울 때도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왠지 내일도 소박하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빌려줄테니 한 번 읽어보길 바라.

잘 지내고 있어? , 별로 걱정은 안 된다만. 내 대답은 이 편지로 대신해도 되겠지. 또 편지 할게. 그럼 이만 총총.

 

 

 

 

 

 

생강심기 (420, 김지영)

 

또각또각

생강을 쪼갠다

 

슬렁슬렁

며칠 말린다

 

평평하고 넓은 두둑에

생강을 누였다

 

흙 이불 한 겹

꾹 덮어주고

빗물 한 겹

촉촉히 내려준다

 

생강 누인 자리에 볏짚이불도 덮어줬다

풀 나지 말고 뜨뜻하라고

 

걸어보기 (420, 김민)


적적하고 무기력 할 때 걸어보자

마음이 어지러울 때 걷자

멍때리며 사색할 때 걸어보자

쉼호흡 할 때도 걸어보자

나 자신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쉬어도 되니까 걸어보자.


경칩 (서와)

 

삼태기에 소거름을 담아

축축축축

감자밭에 뿌립니다

 

푹푹 날리는 흙먼지에

흙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숨을 내뱉습니다

 

밭에 다녀와 팽!

코를 풀면

소똥 냄새 밴

까만 콧물이 나옵니다

 

콧물 따라

하루가 빠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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